직접 출마 뜻도 내비쳐
“유럽의 진보정당인 사민당(독일), 사회당(프랑스), 노동당(영국)의 역사는 100여년에 달한다. 그들은 순간의 필요에 의해 그때그때 이합집산을 한 게 아니라,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켜왔기에 그런 오래 역사 끝에 집권을 이뤄낸 것이다.”
‘파리의 택시운전사’는 자신이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진보신당 당 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홍세화(64·사진) 후보는 8일 서울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가 대표 선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놀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비판적 지식인으로 유명한 만큼 ‘정치인 홍세화’란 호명이 낯설다는 이도 있고, 가치와 노선을 강조하는 그가 현실 정치라는 가시밭길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그가 출마 결심을 한 것은 심상정·노회찬·조승수 전 대표 등의 탈당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진보정당은 강령을 충실히 하고, 당원들을 존중할 때 신뢰가 설 수 있는데, 이것이 여지없이 깨졌다”며 “전직 대표단이 현실을 핑계로 자신들의 입장을 뒤집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이 탈당 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일을 ‘가치와 노선을 뒤집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연대와의 통합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 총선 목표로 5~6석을 제시했다. 진보성과 대중성을 갖춘 인사를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우고, 지역구에서도 2~3석을 목표로 뛰겠다는 것이다. 그는 “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할 것”이라며 직접 출마 뜻도 내비쳤다. “유연한 야권연대 전술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총선에서는 ‘선명성’으로 승부할 태세다. 홍 후보는 노동자 경영권 확보, 징병제 폐지, 서울대 폐지, 국가고시 지역 할당제, 무상의료, 부유층 증세 등을 내걸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대변인은 “10년 전 진보정당이 말한 무상급식이 현실이 됐고, 5년 전 말한 무상교육은 반값등록금을 거쳐 곧 현실이 될 것이며, 지금 말한 것이 미래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홍세화 선장을 앞에 모시고 진보신당의 돛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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