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측근이 반대파 지휘
투표직전 700여명 퇴장
폭력 난무해도 수수방관
투표직전 700여명 퇴장
폭력 난무해도 수수방관
민주당 임시 전국 대의원대회가 의결정족수 문제로 대혼란에 빠진 11일 저녁 8시20분께, 민주당 출입기자들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떴다. ‘박지원 의원이 내일(12일)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는 안내였다.
기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아직 결론도 안 나왔는데 언론플레이부터 예약하겠다는 것이냐’고 수군대는 기자들이 많았다. 앞서 저녁 7시께에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직접 트위터에 글을 띄웠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으로만 승리 못하고 민주당이 없어도 승리 못하니, 질서있는 통합을 해야 하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 통합 의결하면 저의 유불리를 떠나 따르겠다 했습니다. 합법적 절차도 민주주의입니다. 선당후사하고 소수의 그분들도 품고 가겠습니다.”
좋게 보면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내용이지만, 나쁘게 보면 일종의 ‘면피성’ 메시지였다. 그는 대의원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통합결의 안건에 대해 직접 반대토론에 나섰다. 5분 동안 트위터에 띄운 것과 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다.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연설 도중 박수와 야유가 교차했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할 말을 다했다.
이날 오후 대회장 앞에서, 또 대회장 안에서 통합결의 반대파 대의원들을 지휘한 사람은 박양수 전 의원이었다. 박양수 전 의원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핵심 측근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투표 직전 회의장을 빠져나간 700여명의 대의원들은 ‘퇴장하라’는 문자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쪽은 자신들이 내린 지시가 아니라 원외위원장들이 보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통합결의 반대파 원외위원장들은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해 왔다.
마지막 순간 당무위원회 결과 발표를 폭력으로 저지한 사람들도 박지원 전 원내대표 쪽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통합결의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됐다.
그는 손학규 대표가 주도한 통합에 반대하던 초기에 이미 “내가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그는 그동안 통합야당이 출범하면 대표직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