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태근(왼쪽)·김성식 의원이 13일 오후 당 의원총회 도중 차례로 밖으로 나와 각각 탈당 및 조건부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태근·김성식 의원 탈당 파장
“한나라당 거듭나기 어렵다고 의총장서 판단”
‘소통불능’ 벽 부딪히자 결단…탈당 도미노 촉각
친박계 “갈테면 가라”…박 ‘정치적 리더십’ 상처
“한나라당 거듭나기 어렵다고 의총장서 판단”
‘소통불능’ 벽 부딪히자 결단…탈당 도미노 촉각
친박계 “갈테면 가라”…박 ‘정치적 리더십’ 상처
정태근, 김성식 의원이 13일 한나라당 탈당을 전격 선언한 데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소통 불능과 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친박계가 자신들의 재창당 요구를 힘으로 깔아뭉개는 데 좌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오더대로 하다가 이렇게 됐는데 청와대가 무력화된 지금은 다른 오더대로 하고 있다”는 정두언 의원의 말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에 대한 회의감과 한나라당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이들은 부자감세 철회와 남북관계 개선 등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꿀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본질적으로 한나라당이 좀더 왼쪽으로 가서 중도정당이 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지만, 한나라당 주류는 이른바 ‘애국적 세력’이라는 강경 우파와의 연대를 선호한다. 여기에 박 전 대표 역시 최근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통한 부자증세 방안을 반대하는 등 쇄신파와 노선 차이를 보였다. 이러던 차에 소통 불능이라는 벽에 부딪히자, 탈당이라는 강수를 뽑아든 것이다. 이날 탈당을 결행한 정태근 의원은 “한나라당이 기득권을 버리기보다는, 여전히 지금의 정치 구조 속에서 안주하려는 모습들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얼굴만을 바꾸고 이전 풍토는 그대로 유지하려는 자세와 의지로는 한나라당 거듭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를 의총장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지난 12일 의총과 정반대로 “재창당을 못박지 말고 박근혜 비대위에 전권을 주자”는 의견이 발언자 28명 가운데 21명으로 압도적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싶어하는 친박 의원들이 궐기하듯 발언대에 선 결과였다. 의총에 참여한 한 의원은 “오늘 나와서 발언하지 않으면 친박 진영에서 파문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 쪽은 일부 이탈은 어쩔 수 없다며 “갈 테면 가라”는 태도다. 한 친박계 의원은 “재창당하지 않는다고 나가는 경우가 어딨느냐”며 “한나라당 배지 달고 4년을 누렸으면서 어렵다고 침 뱉고 나가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탈당해도 할 수 없다”며 “탈당하면 오히려 목적이 (쇄신이 아닌) 탈당에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가 냉담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탈당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높다. 쇄신파의 권영진 의원이 “고민중”이라는 뜻을 이미 밝힌 데 이어 수도권의 ㄱ의원 등도 거취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여권발 정치지형 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 이후 대선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탈자가 많지 않더라도 이들이 한나라당 안에서 개혁 성향의 대표주자였다는 점에서 당의 색깔을 더 오른쪽으로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당의 전면에 등장하기도 전에 당내 이탈자가 발생함에 따라 그의 정치적 리더십에도 금이 가게 됐다.
쇄신파 일부가 정치권의 독립변수로 등장함에 따라 대선을 앞둔 정국의 방정식도 복잡하게 됐다. 이들은 일단 중립지대에 머물면서 총선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박세일 교수가 추진하는 신당과 이들의 색깔이 달라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일단 총선을 거친 뒤 대선구도를 짤 때 기존 여야 정치권에 변화를 가져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송채경화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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