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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시험대 오른 박근혜 ‘보수 본색’

등록 2011-12-20 20:54

북에 조의 거부…“연평도·천안함 고통 여전”
MB정부와 차별화 대신 ‘보수층 결집’ 선택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안보 시험대’에 서게 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정국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단 박 비대위원장은 신중한 가운데 보수 쪽으로 위치를 잡는 모양새다. 그는 19일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북쪽에 조의를 표하거나 조문을 하는 문제에 관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며 비켜갔다. 하지만 이날 열린 비대위회의에선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건으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고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그런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조의·조문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런 태도는 대북문제에서 유연성보다는 원칙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게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자신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9월 “인명이 많이 희생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갈 수는 없다”며 “북한의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이뤄나가긴 어렵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도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했다.

여기엔 지난 2006년 10월 북핵 실험 뒤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주도권을 내 준 경험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당시 여성은 불안하다는 인상을 줘 밀린 점이 있다”며 “이번에 강단 있고 일관성있는 태도를 취해가면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 주변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야권 인사들이 취약한 안보, 외교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복지 분야와는 달리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한 보수성을 지닌 박 전 대표가 외연확장의 기회를 스스로 날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주변에선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복지 분야에선 중도로 이동했는데 대북 문제엔 보수 쪽으로 단호하게 나간다면 박 비대위원장에게 호감을 지녔던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는 ‘비교우위’가 사라진 점을 아쉬워하는 측근도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참모는 “북한의 과거를 생각하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겠지만 다음 정권을 맡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미래 대화상대로서의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안았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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