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새해인사회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여섯째)과 정몽준 전 대표(오른쪽 다섯째), 김종인 비대위원(왼쪽 다섯째)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새해인사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주 “통과 자신못해” 상정반대
박근혜는 침묵으로 ‘혼란 가중’
박근혜는 침묵으로 ‘혼란 가중’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이 또 무산됐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초 이후 6개월 가까이 헌법재판소엔 재판관 공석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초 원내대표회담에서 예산안 처리에 앞서 조 재판관 선출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지난 31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연 본회의에서는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자유 표결’을 주장했지만, 부결될 것을 염려한 민주통합당이 보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용덕, 박보영 두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가결 처리했다.
조 후보자 선출이 무산된 것은 민주통합당이 론스타 국정조사 요구를 새로 내세우면서 예산안과 조 후보자 선출안의 연계 전략이 차질을 빚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정치적 약속 위반과 내부 혼선 때문이다.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무소신과 리더십 부재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그동안 많이 변화한 게 사실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만, 확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한 것과 관련해 “국가관에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당론을 정했다.
그러나 지난 9월 홍준표 당시 대표는 “정치적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엔 보수와 진보 인사가 다 들어가야 하는 만큼 조 후보자 선출안을 통과시켜 주는 게 맞다”며 조 후보자의 유감 표명을 조건부로 처리해줄 뜻을 내비쳤다. 31일 두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조 후보자 선출에 찬성하는 견해가 꽤 나오기까지 했다. 소장파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조 후보자의 문제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홍일표 의원도 “국회 속기록을 봤더니 (그에 대한 반대는) 정치공세적인 게 있더라”고 밝혔다. 권영진, 유기준 의원도 찬성 발언을 했다.
하지만 아직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날 의총에서 권성동, 정미경 의원 등은 “안보관이 정확하지 않다”, “국가관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잘한다”고 화답했다. 여기에 홍준표 전 대표와 권택기 의원 등 범친이계 일부는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이상돈 비대위원을 공격하면서 조 후보자 선출 문제와 연계하고 있다. 영남권의 친박계 한 중진의원도 1일 “조 후보자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혼돈 속에서 반대도 찬성도 정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자유 표결’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조 후보자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재판관은 뚜렷한 국가관과 함께 헌법의 자유민주적 질서에 대한 복종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관건은 조 후보자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간단한 일인데 박 위원장이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조 후보자를 반대하면 누가 한나라당의 쇄신을 믿겠느냐”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도 “이 문제는 한나라당의 재탄생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박 위원장이 원칙에 맞게 빨리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황준범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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