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출처 차단, 경미한 처벌 택한 것” 해석
이상득(77)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의원이 여비서 계좌의 8억원에 대해 최근 검찰에 “내 개인돈”이라는 소명서를 보낸 것을 두고, 2일 정치권과 법조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거액의 개인돈을 보좌진 계좌에 넣어두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이 의원의 소명 자체가 법 위반을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개인돈”이라는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 할 경우, 공직자윤리법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재산내역을 보면, 이 의원은 예금 항목에서 본인 명의 29억3425만원, 부인 명의 9억3556만원을 신고했다. 그 외 제3자 명의의 예금은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 재산 총액은 부동산 등을 합쳐 79억5000만원이다.
국회의원 재산신고를 담당하는 국회 관계자는 “성실신고 의무에 따라 차명 재산까지도 신고하는 것은 본인 의사에 달렸지만, 지금까지 차명 예금을 재산신고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 주장대로라면 이 의원은 본인 소유의 거금을 차명 계좌로 관리하고, 이를 재산신고에서도 누락한 셈이다. 이 경우 공직자윤리법과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의원이 검찰에 “내 개인돈”이라고 주장했다. 왜 그랬을까? 여의도에서는 “좀더 낮은 수위의 처벌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비서 계좌의) 8억원은 이 의원이 관리해온 돈의 아주 일부일 수 있다”며 “돈의 출처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이 의원이 ‘내 돈’이라고 소명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죄보다 처벌이 훨씬 경미한 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제의 돈이 이 의원의 합법적 개인돈이 아닌 다른 경로에서 나온 것이라면 처벌이 매우 무거워진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고, 뇌물죄는 금액에 따라 최하 5년 이하의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이다. 반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공직자윤리위의 징계 요구나 과태료 부과 정도만 있고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금융실명제법 위반도 거래 당사자 처벌 규정은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도 “내 개인돈”이라는 이 의원의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이 ‘내 돈 관리를 잘못한 것이니 이쯤에서 수사를 마무리해달라’는 바람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비서 계좌의 8억원은 이 의원의 박배수(47·구속 기소) 보좌관이 이국철(50·구속 기소)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로비자금과는 별개의 돈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의 출처와 성격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 돈이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거나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에 대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박 보좌관에게 매달 300만원을 건넨 코오롱 쪽이 이 의원에게도 자금을 건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곧 이 의원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김태규 황준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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