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 단독 ‘땅땅땅’
민생법안은 ‘나몰라라’
“대화환경 부족이 원인”
민생법안은 ‘나몰라라’
“대화환경 부족이 원인”
“18대 국회는 역대 의정 사상 최다로 직권상정을 많이 한 의회, 따라서 몸싸움을 가장 많이 한 의회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한 ‘몸싸움 방지법’(국회법 개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25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18대 국회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모두 107건의 안건을 5차례에 걸쳐 단독 처리했다.
18대 국회 출범 첫 해인 2008년 연말, 이듬해의 예산안 처리를 당시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한 게 처음이었다. 예산안 처리시한이었던 12월12일까지 여야간 최종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은 13일 새벽 여당 의원들만 입장한 본회의장에서 의장 직권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날 처리된 법안에는 종합부동산세·소득세·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감세법안들이 포함됐다.
두번째는 2009년 7월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 처리였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격렬하게 몸싸움으로 저지하면서 여당 의원들도 일부는 표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 탓에 ‘대리 투표’, ‘재투표’ 논란이 벌어졌고,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으로 이어졌다. 당시 처리된 미디어 법안은 ‘조중동’으로 불리는 독과점 신문사와 재벌의 방송진출의 길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국민 60% 이상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각각 2009년, 2010년 연말의 다음해 예산안 처리였다. 2010년 날치기 때는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안, 4대강 사업 특혜법으로 불리던 ‘친수구역특별법’ 등 쟁점법안도 포함돼 있었다. 다섯번째는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및 관련법안의 처리였다.
18대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5차례에 걸쳐 날치기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직권상정한 안건의 숫자도 99건에 이른다. 이중에서도 특히 정부 예산안을 3차례씩이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한 것은 역사적 오점으로 남게 됐다.
18대 국회가 이대로 5월28일까지인 임기를 마무리한다면, 6600건이 넘는 미처리 안건도 함께 폐기될 상황이다. 18대 국회 발의 건수의 45%에 이르는 많은 숫자다. ‘국회 몸싸움 방지법’ 처리와 함께 걸려있던 59개의 민생법안마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척박한 정치문화를 지적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8대 국회에선 ‘4대강 사업’이나 미디어법 등 절충안을 내지 못한 채 흑백대립 구도가 되는 사안이 많았다”며 “서로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지 않는 한 개선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욱 배재대 교수(정치언론학)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문화의 문제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