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오른쪽)가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시작 전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진보 전체 아니라
당권파의 눈으로
사태를 보기 때문”
당권파의 눈으로
사태를 보기 때문”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는 13일 전날의 중앙위 폭력사태와 관련해 “저는 죄인”이라며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무능력의 죄에 대해 모든 매를 다 맞겠다.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제가 무릎 꿇지 못한 것이 오늘 모두를 패배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무릎’이란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어제 회의가 긴장 상태로 갈 것을 예측하고 이 전 대표가 연단 앞에 무릎 꿇고 평화로운 진행을 해달라고 당원들에게 호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이 오히려 지지자들을 흥분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려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이정희 책임론’이 나오는 등 비판이 거세다. 통합진보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권파의 지주 역할을 하는 이 전 대표가 중앙위 회의 직전에 사퇴하고 퇴장한 것은 흥분상태였던 당권파 당원들의 폭력행위를 사실상 방조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번 폭력사태의 책임은 그에게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14번인 서기호 전 판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저는 진정성과 공감 소통의 국민대표 이정희를 지지하였을 뿐, 이번 폭력사태를 방조하여 스스로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고 한 정치인 이정희를 지지한 적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당 진상조사위의 발표 이후 이 전 대표가 보여온 일관된 ‘당권파 옹호’ 행보도 도마에 다시 오르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 당원은 “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데도 이 전 대표는 당이 망가지는 쪽으로 끌고 갔다”며 “이는 진보 전체의 관점이 아니라 당권파의 눈으로 사태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부정선거 논란이 터진 이후 “유죄 증거가 없으면 무죄 추정이 원칙” “여론의 뭇매 맞는 억울한 사람들 두고 제 살길 찾지는 못하겠다”며 당권파를 감싸왔으며, 지난 1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나는 명예를 버리는 걸 감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