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세력 지원으로 1위 예상 이해찬 4위 굴욕
대의원들 “‘이해찬-박지원 담합’에 대한 심판”
대의원들 “‘이해찬-박지원 담합’에 대한 심판”
20일 오후 6시5분께였다. 울산 상공회의소 7층 대회의장이 술렁였다. “기호 1번 이해찬 후보 48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선거관리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예상을 깬 결과였다. 민주당 대표 경선을 위한 울산지역 대의원 현장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이 후보 쪽에서 “어어!” 하는 탄식이 나왔다. 100표 이상을 얻어 1위를 확신하던 이 후보였다.
술렁임은 곧 환성과 박수로 바뀌었다. “우상호 52표”, “김한길 103표”, “추미애 61표.” 기호 2~4번이 모두 이 후보를 앞섰다.
‘친노’ 강세 지역으로 꼽혔던 울산의 이변을 두곤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일단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합의’ 구도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가 확인됐다는 진단이다. 이날 연설회에서 이해찬 후보를 뺀 나머지 주자들 대부분은 ‘이-박 합의는 담합’이라며 “대선 승리의 역동성을 창출하는 첫걸음으로 울산에서 이변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가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이-박 합의에 대한 비난은 나쁜 언론의 이간질”이라고 말하는 등 비판 여론을 언론 탓으로 돌린 점도 이 후보의 ‘독선적 이미지’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친노 그룹의 결집이 미약했던 점도 이유로 꼽힌다. 현장에서 만난 울산지역 대의원 이아무개씨는 “이른바 친노 핵심 세력들이 참여정부 청와대에 들어간 뒤로는 울산지역 대의원들의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회 현장에는 문재인 상임고문도 격려차 다녀갔다. 문 고문이 현장에 모습을 보였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의외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같은 친노 계열인 김두관 경남지사 쪽 대의원 표심이 반이해찬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해찬 후보가 민주당 대선주자 중 문재인 상임고문과 가깝다고 보는 다른 대선주자들의 견제가 집중됐다는 분석과 맥이 닿는 견해이다.
비이해찬 성향의 표가 김한길 후보에게 집중된 것은, 김 후보가 첫 대의원 투표지인 울산을 승부처로 삼고 맹렬한 선거운동을 편 덕분이기도 하다. 김 후보 쪽의 한 당직자는 “김 후보가 며칠 전부터 부인 최명길씨와 함께 지속적으로 대의원을 접촉했고, 이틀 전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와 김 후보가 거의 비슷한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며 “두번째 표가 ‘비노’ 대표주자인 김 후보에게 쏠린 것 같다”고 말했다.
추미애 후보가 2위를 차지한 것을 두곤 “경선 연설을 잘했기 때문”(한 대의원), “같은 경상도 출신에 대한 후원”(한 당직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제 진정성이 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산/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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