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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시대정신’ 담을 슬로건 경쟁 치열…정책은 가물가물

등록 2012-07-08 20:19수정 2012-07-08 22:15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박근혜, 대선 슬로건으로 제시

‘저녁이 있는 삶’ ‘평등을 향하여’…
야당 대선주자들도 슬로건 호소

지향하는 정치 쉽게 전달 ‘긍정적’
“공허한 말보다 실천가능한 대안을”

여야 대선주자들의 슬로건 경쟁이 뜨겁다. 슬로건은 대선후보가 지향하는 정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유권자의 공감을 사야 하는 만큼 각각 후보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때론 슬로건이 대선의 구도와 프레임을 규정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유력 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8일 내놓은 대선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누구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잠재력과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는 박 의원의 전날 트위터 글처럼 각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뜻한다. 변추석 박근혜 캠프 홍보미디어본부장은 이날 “유권자가 지금 바라는 ‘개인화’, 즉 ‘국가만 잘 살면 뭐하나’라는 마음을 읽은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슬로건은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다. 박근혜 의원 슬로건과 비슷해 보이지만, 국가에 방점이 찍혔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이를 국가가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강병원 홍보위원은 “성장의 과실을 서민과 중산층에게 적극적으로 나누는 권력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고양원더스 구장을 방문해 김광수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치고 있다. 문 고문은 “사법연수원 당시 4번타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고양원더스 구장을 방문해 김광수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치고 있다. 문 고문은 “사법연수원 당시 4번타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앞서 슬로건 경쟁에 불을 붙인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슬로건은 ‘저녁이 있는 삶’이다. 개인들의 현실적 욕구를 문학적 표현에 담아 호평을 받고 있다. 손낙구 특보는 “기본적으로는 삶의 질 개선을 의미하지만, 해방 후 60년 동안 한쪽에서는 부를 축척해서 비대해진 반면에 다른 한쪽은 저녁도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미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도 슬로건 선정에 고심중이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표현한 국민통합이나 일자리 창출을 중심 개념으로 슬로건을 표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정세균 민주당 의원), ‘울화통 터지는 나라, 국민 화병을 고치겠다’(김영환 민주당 의원), ‘민생통합 대통령, 국민통합 대통령’(조경태 민주당 의원), ‘걱정 없는 나라’(임태희 새누리당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의 슬로건도 각각 주요한 시대적 과제를 담고 있다.

좋은 구호에도 불구하고 슬로건 경쟁은 아직 공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슬로건을 뒷받침할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쪽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시퇴근제 도입, ‘맘(엄마·mom) 편한 세상’(보육정책) 등 후속 정책을 매주 발표하고 있는 손학규 캠프 정도다. 전문가들은 1987년 대선 때 ‘보통사람들의 시대’(노태우 후보)가 슬로건으로서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집권 뒤 정책은 ‘보통사람’을 외면했던 점을 지적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슬로건 경쟁이 제대로 되려면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대안을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며 “유권자의 눈길만 끄는 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슬로건 경쟁이 자칫 선거를 홍보전쟁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부터 마케팅에 치중하는 선거전 조짐이 엿보인다. 박근혜 의원 쪽은 이날 피아이(PI·president identity) 차원에서 박 의원의 약칭을 한글 자음만 따서 ‘ㅂㄱㅎ’으로 정한 이모티콘도 만들었다. 다른 후보들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유력주자들이 홍보전문가를 대거 영입해서 세련된 슬로건과 로고를 내놓는 것은 미국식 선거홍보전쟁으로 가는 전조가 아닌가 싶다”며 “공허한 구호를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유권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책을 가다듬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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