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앞의 박근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대통령 묘소에서 향을 사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 후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뒤 사저 찾아
권양숙씨 “와주셔서 고맙다…건강 챙기시라” 덕담
노무현재단 “정중히 맞았지만 사전 통보 없어 당혹”
권양숙씨 “와주셔서 고맙다…건강 챙기시라” 덕담
노무현재단 “정중히 맞았지만 사전 통보 없어 당혹”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권양숙씨)
“후보 선출되고 나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어 왔습니다.”(박근혜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과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그가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박 후보는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 입구까지 왔다가 당시 한나라당 및 여권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 속에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발길을 돌린 바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께 이학재 비서실장,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과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10여분간 헌화하고 묵념한 뒤 사저로 향했다.
사저 계단까지 영접 나온 권씨의 안내로 사랑채에 앉은 박 후보는 “옛날에 제 부모님 두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 충격이 얼마나 컸고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권 여사님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그 마음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로 홀로된 권씨를 자신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을 때의 심경에 빗대 위로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어 “그때(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국민이 큰 힘이 돼주셨다. 권 여사님도 많은 국민이 위로해 드리는 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이에 권씨는 “많은 분들이 봉하마을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다. 그래서 어떨 땐 사람들이 없어도 이 방에 불을 켜놓는다. 밖에서 불빛을 보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서”라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고 답했다.
오미자차를 마시며 20분 남짓 ‘노 전 대통령의 친환경 농법’ 등에 대해 환담한 박 후보는 “제 꿈은 어느 지역에 살든, 어떤 꿈을 갖든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거다. 열심히 잘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새누리당 후보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권씨는 “저로서는 박 후보가 바쁜 일정에 이렇게 와주시니 고맙다”며 “이 일(대통령 선거)이 참 힘든 일이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내가 안다. 박 후보도 건강 잘 챙기시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인사들도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말한 국민대통합을 실천한 것”이라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박 후보가 이날 봉하마을을 전격 방문한 것은 자신이 내건 국민대통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하루 전인 20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후보는 22일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를 예방한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박 후보의 이날 참배에 대해 “바람직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진정성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갑작스런 방문에 노무현재단 쪽은 상당히 당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여당 대선 후보이니 정중히 맞았지만 그 과정에 아쉬움과 유감이 있다”며 “묘역을 참배하면 우리도 내부 준비가 필요한데 사전에 통보가 없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 일정은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 도중 기자들에게 본인이 직접 “오후엔 봉하마을에 간다”고 밝히면서 공개됐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광주에서 재단 쪽 연락을 받고 급히 봉하마을로 향했고, 안영배 재단 사무처장도 서울에서 김해를 찾았다.
한편, 이날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는 박 후보의 방문을 반대하는 2명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해/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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