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득표율 53.5%로 과반 유지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가능성 커져
안철수와의 단일화 여부에 촉각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가능성 커져
안철수와의 단일화 여부에 촉각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지역순회 1차 투표 과반으로 16일에 민주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후보는 15일 경기도 경선에서 62.8%를 득표해 누적 득표율 53.5%를 기록했다. 이 지역에서 지사를 지낸 손학규 후보는 의외로 23.4% 득표에 그쳐 누적 득표율이 23.2%에 머물렀다.
16일 순회 경선 마지막 날에는 서울 지역 선거인단 15만여명, 지역별 경선 이후 신청자 등 16만여명, 6·9 전당대회 시민선거인단 7만여명, 권리당원 모바일 투표자 3만여명(추정)의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 그동안의 지역순회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는 일부 지역 ‘대의원 표심’에서 우위를 보이기도 했지만, ‘당원 표심’과 ‘지지자 표심’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문재인 후보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여론은 “민주당 후보를 문재인으로 확정하고 안철수 원장과 힘을 합쳐 박근혜 후보를 꺾어달라”는 쪽으로 급속히 모아지고 있다. 특히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이 끝나는대로 며칠 내에 대선 출마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지난 11일 이후, ‘문재인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도 ‘경선 이후’를 말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연설에서 문재인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길고 힘들었던 대장정의 끝이 보인다. 경선 동안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도도한 민심이 모든 것을 뛰어 넘었다. 그 민심을 받아들여 이제 경선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할 때다. 단결 속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때다.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후보가 되면, 모든 계파를 녹인,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 시민사회도 함께 아우르겠다. 우리에게는 정권교체의 대의만 있을 뿐이다.”
“기존의 정치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엄중한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만큼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야만 수권정당의 믿음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당이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후보가 되면 우리당의 쇄신 방안을 밝히겠다. 대통령 후보와 당이 일체가 되어,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권교체 후에도 대통령과 당이 일체가 되어, 정부를 운영하며 정책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당의 위상을 높이겠다. 정당 민주주의와 함께 정당책임정치를 지향하겠다. 말 그대로 민주통합당 정부를 만들겠다.”
문재인 후보의 측근들은 문 후보가 밝힌 ‘정당책임정치’의 내용에 대해 “당 대표에게 총리를 맡기고 총리가 각료 임면권을 행사하는 체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방안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보다 과감하게 민주당을 ‘쇄신’해 내지 못하면 지지자와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는 ‘용광로 선대위’에 가급적 친노무현 인사들을 배제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쪽 인사들, 시민사회와 전문직 출신 인사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쪽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선대위 인선을 통해, 담합과 불공정 경선 이미지에 갖혀 있는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체제를 이선으로 후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2월19일 대통령 선거를 위해 문재인 후보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다. 민심도 안철수-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연말대선의 최대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지지자’와 ‘안철수 지지자’들이 거의 이탈없이 모아져야 박근혜 후보와 겨뤄볼 수 있다는 것이 대선 판세를 읽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원장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재인 후보 측근들의 귀띔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는 담판 형식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박영선-최규엽 후보가 경선으로 야권단일후보를 선출한 전례가 있지만, 대선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 쪽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규칙에 합의하기가 어렵고 자칫하면 경선 이후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물론 야권후보 단일화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쪽 생각대로만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선거지형에서 안철수 원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은 예고한대로 다음 주 중반께 대선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후보 단일화의 방식과 방향, 이에 따른 연말 대선의 향배는 안철수 원장의 말을 들어본 뒤에나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대선의 다이나미즘이 시작되고 있다.
고양/성한용 선임기자, 송채경화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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