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조직발표 안팎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출범이 ‘느린 템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수위 조직을 발표했지만 인수위원은 발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정확한 인수위원 발표 시기도 밝히지 못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인수위 출범과 인수위원 임명이 선거 이듬해로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의 경우 12월26일 분과별 간사를 포함해 인수위원 인선을 발표했으며, 발표와 동시에 인수위가 공식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인수위 구성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인수위원 임명은 당선인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그래서 모르겠다. 여러분(언론 또는 국민들)이 자꾸 요구하는 게 많으니까 그 요구에 부응하려고 그럴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당선인도 그렇고, 제 입장도 그렇고 가급적 빨리 (인수위원이) 임명돼 임무를 수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막말 논란’으로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날 인수위 조직과 기구 발표를 윤 대변인 대신 김 위원장이 직접 했을 뿐 아니라, 윤 대변인은 배석도 하지 않았다. 직함도 ‘수석대변인’에서 일주일 만에 ‘인수위 대변인’으로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윤창중씨는 인수위 대변인으로, 박선규·조윤선씨는 당선인 대변인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날 “인수위원들은 임무가 끝나면 각자 원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원칙으로, 차기 정부로 옮겨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함에 따라 윤 대변인의 청와대 입성 가능성도 더욱 낮아지게 됐다. 이는 윤 대변인에 대한 비판여론을 상당부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38년생으로 새해에 75살이 되는 김 위원장은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았으나, 청력이 좋지 않아 옆에 있던 조윤선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을 귓속말로 다시 전달해줘야 했다.
김동훈 김외현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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