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적힌 출장비 내용뭐냐” 물으면 “비밀이라…”
자료 열람만…복사도 금지
“한 마디로, 결산 심사 전에 국가정보원이 읽어주는 대로 예습하고,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그대로 복습하는 셈이다.” “국회가 국정원 예·결산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이 국회에 통보하는 수준이다.”
25일 국정원에 대한 예·결산 심사를 앞두고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국정원에 대한 예결산 심사가 하나마나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비밀보호를 이유로 예결산 보고 내용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탓이라는 지적도 한목소리였다.
국정원의 결산안은 정보위 심사 일주일쯤 전에 정보위 회의실에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지난해 심사 속기록 등과 함께 전달된다. 그나마 올해는 조금 빨라져, 2주일 가량 전인 지난 12일 결산안이 국회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들 서류는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에 한해 열람만 가능할 뿐이다. 자료 복사나 보좌진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회계분야 전문가들이 국정원 살림살이를 들여다 볼 틈새는 전혀 없는 셈이다. 국정원 예산담당관이 정보위 소속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러 2∼3쪽 짜리 결산안 요약본을 구두로 보고할 때도 있으나, 이 역시 자료를 보여준 뒤 걷어간다.
더욱이 결산안엔 ‘활동비 1억원’ 등 포괄적인 내용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관련 내역이 나와 있지 않다. 예산을 누가, 언제, 어디서 썼는지는 검증할 길이 없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법에는 예산을 국가정보원비와 정보비로 나눠 총액만 보고하고, 산출 내역과 첨부 서류는 생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정보위원은 “지난해 정보위 사무실에 이틀 동안 살다시피 하면서 국정원의 지난 5년치 자료를 검토했는데, 예산 증감 추이만 막연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수치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정보위원은 “알맹이가 없어서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국정원이 계속 이런 식으로 보고한다면, 특수공작비를 뺀 나머지 예산을 세목별로 모두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위 이외 견제장치 없어 그나마 정보위에서 예결산 자료를 열람하는 의원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여당의 다른 정보위원은 “정보위가 전담이 아닌 겸임 상임위여서 의원들이 이 일에만 매달릴 수 없는데다, 국정원이 자료를 걷어가기 때문에 보좌관이나 전문가한테 의뢰해 분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아예 열람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정보위원은 “국정원 예결산 심사를 위한 자료 접근이 일반 상임위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위원회가 열린 뒤에도 문제는 이어진다. “여기 적힌 출장비는 언제, 어디서 쓴 것이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라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대답이 나온다. 이런 식의 뻔한 질문과 답변이 몇차례 오간 뒤, 결산안은 대부분 국정원 원안대로 통과된다. 예산 투명화·감독강화해야 다른 정부부처의 예결산안은 상임위 심사에 이어 예산결산특위 심사를 추가로 거쳐야 하지만, 국정원 예결산 심사는 정보위를 통과하면 그만이다. 또 국정원 예산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무풍지대다. 다른 정부기관이 예산의 편성과 집행, 결산 등에서 국회와 감사원 등으로부터 겹겹의 ‘감시’를 받고 있지만, 국정원은 예외다. 정보위의 열린우리당 쪽 간사인 임종인 의원은 “국정원에 대한 예결산 심사를 실질화하기 위해 지난 23일 정보위 안에 예결소위를 구성했지만, 물리적인 시간 때문에 25일 전체회의에서는 결산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한나라당의 한 정보위원은 “알맹이가 없어서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국정원이 계속 이런 식으로 보고한다면, 특수공작비를 뺀 나머지 예산을 세목별로 모두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위 이외 견제장치 없어 그나마 정보위에서 예결산 자료를 열람하는 의원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여당의 다른 정보위원은 “정보위가 전담이 아닌 겸임 상임위여서 의원들이 이 일에만 매달릴 수 없는데다, 국정원이 자료를 걷어가기 때문에 보좌관이나 전문가한테 의뢰해 분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아예 열람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정보위원은 “국정원 예결산 심사를 위한 자료 접근이 일반 상임위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위원회가 열린 뒤에도 문제는 이어진다. “여기 적힌 출장비는 언제, 어디서 쓴 것이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라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대답이 나온다. 이런 식의 뻔한 질문과 답변이 몇차례 오간 뒤, 결산안은 대부분 국정원 원안대로 통과된다. 예산 투명화·감독강화해야 다른 정부부처의 예결산안은 상임위 심사에 이어 예산결산특위 심사를 추가로 거쳐야 하지만, 국정원 예결산 심사는 정보위를 통과하면 그만이다. 또 국정원 예산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무풍지대다. 다른 정부기관이 예산의 편성과 집행, 결산 등에서 국회와 감사원 등으로부터 겹겹의 ‘감시’를 받고 있지만, 국정원은 예외다. 정보위의 열린우리당 쪽 간사인 임종인 의원은 “국정원에 대한 예결산 심사를 실질화하기 위해 지난 23일 정보위 안에 예결소위를 구성했지만, 물리적인 시간 때문에 25일 전체회의에서는 결산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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