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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민이 주인”이라면서…주인에게 ‘뒷구멍’만 열어주는 국회

등록 2013-11-29 15:36수정 2013-11-29 19:41

‘의원만 정문 출입’ 특권 이젠 내려놔야 할 때
국회의사당을 찾은 일반인들이 드나드는 ‘국민의 문’은 건물 정면이 아니라 뒤편에 있다.
국회의사당을 찾은 일반인들이 드나드는 ‘국민의 문’은 건물 정면이 아니라 뒤편에 있다.
“일반인도 국회 들어갈 수 있어요?”

대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국회 울타리 안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국회 정문을 들어설 때 “어떻게 오셨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도 있지만, “국회 구경하러 왔다”는 식으로 국회에 온 용무를 얘기하면 된다.

국회 울타리 안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는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고, 의사당 옆 의원동산에는 ‘사랑재’라는 한옥과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다. 책과 방대한 자료를 빌려 읽을 수 있는 도서관, 간단하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매점(후생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헌정기념관)도 있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관람신청을 하면 안내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국회의사당(본청 건물) 안에 있는 본회의장 등을 둘러볼 수도 있다.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소로 많이 각인되어 있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요 법안들이 통과되고 논의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회관람을 신청했다면, 어느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혹여 뉴스에서 흔히 보는 의사당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이라도 찍었다면, 이제 의사당 안으로 가기 위해선 건물을 끼고 빙 돌아가야 한다. 의사당 건물로 들어가는 일반인들은 의사당 뒷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당 건물 정문을 이용하는 의원, 사무처 직원 등과 출입 동선을 분리하기 위함이다. 잔디밭이 있는 등 탁 트여 있는 의사당 정문 쪽과 달리 후문 쪽은 여러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건물 뒷편이라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이런 탓에 국회에선 견학을 온 어린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 학생들이 한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의사당 건물을 끼고 빙 돌아 후문 쪽으로 걸어들어가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출입 동선 분리를 별 문제없이 받아들이는 일반인도 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8일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국회 견학을 온 한 선생님은 기자에게 “국회 주인이 국민이라는데, 왜 주인이 뒷구멍으로 들어가야 하죠?”라고 물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정문으로 드나들 듯, 어린 학생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앞문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국회견학의 체험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건물 뒤편에 있는 일반인 참관 대기 장소.
국회의사당 건물 뒤편에 있는 일반인 참관 대기 장소.
이런 문제제기는 지난 4월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의원 특권 200개, 그 실체를 검증한다’라는 토론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김기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팀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국회의 특권내려놓기 중에 하나로 일반인들의 의사당 건물 정문이용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국회에 오면 주눅이 들게하는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사당을 방문하는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사당 뒤편으로 출입을 하는 반면, 국회의원들은 차량을 타고 정문으로 직접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정문 출입구 쪽에는 국회의원들의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국민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먼 길을 돌아 후문의 출입구에 도착해야 한다. ‘국민이 국회의 주인’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한다. 도보로 이동하는 국민들이 정문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이는 효율성을 떠나서, 국민을 대하는 국회의 기본자세의 문제다. 국회가 국민들을 주인까지는 아니더라도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로 방문인들을 대한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친화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의회를 찾아온 국민들이 뒷문으로 들어가 방문접수를 하지 않는다.

지난 6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된 적도 있다. 당시 한 의원은 “의원들이 다니는 국회의사당 앞 2층에도 출입문이 있는데 굳이 일반 방문객들은 뒤편에 있는 문만 이용한다. 국민들이 가까운 문을 두고 빙 돌아갈 때 어떤 생각을 할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새누리당 출신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은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개선할 점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충분한 검토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소식은 전해오지 않고 있다.

29일 한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과 그늘이 뒤엉켜있는 국회의사당 건물 뒷문 쪽에는 해태상이 세워져 있다. 해태상에는 ‘국민의 문’이란 글귀가 쓰여져 있다. 건물 뒷쪽에 천연덕스럽게 적혀 있는 이 ‘국민의 문’을 학생들과 함께 견학온 선생님은 ‘뒷구멍’이라고 표현했다.

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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