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의 폐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공천 유지해야” 의견 압도적
당론 발표는 미뤄 눈가리고 아웅
이재오·김용태 등 “공약 지켜야”
당내 갈등 계속될 가능성
민주 “결론 뻔해…비겁한 술수”
당론 발표는 미뤄 눈가리고 아웅
이재오·김용태 등 “공약 지켜야”
당내 갈등 계속될 가능성
민주 “결론 뻔해…비겁한 술수”
새누리당이 22일 장시간 의원총회를 열어 ‘기초의회 및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기초공천제) 폐지를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사실상 폐기했다. 하지만 당론으로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에게 결정을 일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런 해법을 택한 것을 두고는 여당 안에서도 반론이 만만찮은데다 비판적인 여론 또한 여전하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정치적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3시간에 걸친 의총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의총에서 발언한 17명 가운데 13명은 공천제를 유지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4명이 공천제 폐지에 비중을 둬서 말했다”며 “결과적으로 의원들의 발언 내용을 반영해서 정개특위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초공천제 유지’를 명시적 당론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기초공천제 유지 방침을 정한 새누리당 정개특위에 결정을 일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박 대통령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을 폐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지키는 게 맞지만 위헌 시비가 있고 효과도 없는데다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단순히 공약만 지키는 것은 공당으로서 옳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공약 불이행에 대해서는) 국민에 이해를 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사과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당내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의총 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초공천제 폐지는 여야 합의가 어렵고 여러 부작용도 있지만, 정치불신을 해소하는 원천적 책임은 여당에 있는 것이니 여당이 약속한 대로 기초공천제를 없애야 한다. 그게 국민들에게 여당이 해야 할 책무가 아니냐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김용태·신성범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참석한 또다른 의원은 “인원이 너무 적어서 제대로 된 의총이 안 됐다. 여기서 결론을 내리면 안 되고, (이해 당사자인) 원외 당협위원장 등과 함께 깊이있는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의총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이번 의총을 통해 사실상 정당공천을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정개특위에 위임한다는데, 정개특위가 과연 어떻게 논의할지 너무나 뻔하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결국 민주당과 함께 비난을 받겠다는 물귀신작전이고, 자기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후안무치하고 비겁한 술수”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 폐기를 결정하고도 정개특위 쪽으로 최종 책임을 떠넘겨 국민적 비판을 희석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공약 사기”로 규정하고, 의원총회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들과 함께 규탄대회를 여는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이승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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