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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안철수 쪽, 위안부 ‘보상’→‘배상’으로 고친건…

등록 2014-01-27 22:51수정 2014-01-28 08:18

안철수 무소속 의원 쪽의 창당준비기구 격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금태섭 대변인이 26일 오후 3시가 넘어 논평을 냈다. 26일 새벽 1시30분께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90) 할머니를 애도하는 논평이었다. 민주당·통합진보당·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의 애도 논평보다 늦게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새정추는 10여분이 지나 수정 논평을 다시 냈다. 애초 논평과 수정 논평 사이에는 ‘숨은 그림 찾기’같은 차이가 하나 보였다.

“일본 정부는 마땅히 지금이라도 잘못을 반성하고 진정어린 사과와 정당한 보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애초 논평의 마지막 문구에서, ‘보상’을 ‘배상’으로 고친 것이다.

그간 위안부 할머니들은 보상이 아닌 일본 정부의 책임인정과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다. 일본의 행위가 명백한 범죄행위인 만큼 상대의 적법한 행위로 생긴 피해에 대한 구제책으로서의 ‘보상’이 아니라, 위법행위에서 생긴 피해에 대한 ‘배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보상은 ‘위안부 운영은 전쟁 중에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식의 일본 쪽 논리와 호응하는 표현이다.

안 의원 쪽이 보상을 배상으로 서둘러 수정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 의원 쪽은 “(처음 보낸 논평에서 보상은) 오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오타’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한 정치세력의 논평은 그 집단의 공식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표 순간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더구나 13살, 14살에 끌려가 지옥 같은 위안부 생활을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 앞에서는 더욱 그랬어야 했다.

새정추가 논평을 낸 26일에는 안철수 의원 등이 부산에서 창당설명회를 하며 신당 출범 분위기를 띄운 날이었다. 일정이 바쁜 날이라, ‘실무진의 단순한 오타’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다보면 역사를 바라보는 안 의원 쪽의 생각이 깊지 못 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된다. 안 의원은 새정추의 부산 공식 일정이 26일 오후 늦게 끝났지만, 비공개 일정을 소화한다며 황금자 할머니의 빈소를 27일 오전에야 찾았다.

안 의원은 최근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왜곡문제를 둘러싼 발언으로 ‘양비론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제주에서 ‘3월 신당창당’을 공식 발표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접근하는 안 의원 쪽의 ‘양비론적 시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교과서 문제에 대해 저희들도 아주 문제의식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지금 현재 대한민국을 반으로 분열시키는 문제에 대해 양쪽 다 문제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틀리다는 생각이 우리나라를 둘로 쪼개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진보 성향 학자 등의 비판을 불러왔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는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따위처럼, 사실 자체를 상당수 왜곡하고 친일·독재를 미화한 사안인데도, 안 의원은 이념갈등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사실왜곡이라는 본질을 흐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를 이념갈등으로 몰아가면서, ‘보수도 진보도 모두 잘못했으니 사회분열을 막고 이를 개선해나가자’는 식의 양비론은 정부와 보수학자·보수언론의 시각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역사문제 인식에 대한 이런 우려가 나오자, 안 의원은 27일 기자들에게 “내가 국회 동북아 역사왜곡특위 위원”이라고 말했다. 역사왜곡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그는 “제주도에서 교과서 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그땐 좀 더 큰 범위에서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역사왜곡)문제 의식에 대해서도 좀더 설명하고 그 다음에 그 얘기(이념분열)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는데 기본적으로 그간 쭉 이야기(역사왜곡 문제)를 해놓은 게 있으니까, 굳이 오해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기존 정치를 낡은 것으로 규정하며 자신이 이를 대체할 ‘새정치’라고 강조하느라, 이번 역사문제 논란처럼 양비론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새정치를 내세우며 여야의 대립을 해결할 ‘포괄적 정답’을 찾느라, 정작 어떤 사안이 갖는 핵심적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못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 쪽에서도 그가 현안에 대한 ‘시시비비’를 좀더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안 의원을 돕는 한 인사는 “안 의원이 그간 아무런 세력이 없이 혼자서 창당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도 같다. 이제 (창당을 위한) 새정추가 떴으니, 예전과는 달라지지 않겠느냐. 안 의원도 여러 현안들에 대해 좀더 자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특집) 문재인, 정국을 말하다 [성한용의 진단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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