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케이(TK) 대부’ 박준규 전 의장
지역구 국회의원 9선에 국회의장을 3차례 지내 기네스북 한국판에도 오른 ‘티케이(TK) 대부’ 박준규(사진) 전 의장이 지난 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
고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과 함께 최다선 기록을 세웠으며, 지역구 9선에 오른 의원으로는 유일하다. 13~15대 국회에서는 내리 3차례 국회의장을 지냈다.
그는 48년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창설 당시 외무부 사무관으로 일하며 조병옥 박사를 도운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조 박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일 때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3·4대 총선 때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서 출마했다 낙마했으나 ‘4·19’ 직후 치러진 5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달성과 서울 성동 등에서 내리 6선을 했다. 5·16 쿠데타 뒤엔 김종필 전 총리에게 발탁돼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의장 서리까지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80년 신군부가 들어선 뒤엔 ‘3김씨’와 함께 정치활동 규제자로 묶여 7년 가까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87년 대선을 앞두고 경북고 후배인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의 요청으로 입당해 상임고문을 지냈다. 13~14대 총선에선 대구 동구에서 뽑혀 두 차례 국회의장을 맡았다. 하지만 93년 김영삼 정부가 추진한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상습 부동산 투기 사실 등이 확인돼 의장직을 사퇴했고, 김영삼 당시 대통령, 민자당과도 결별했다. 당시 고인이 “격화소양”(신발을 신은 채 발바닥 가려운 데를 긁음)이라는 말로 김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드러낸 일화로 유명하다. 이후 그는 김종필 전 총리와 함께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해 15대 국회에 입성했으며, 2000년 16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정계를 은퇴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동원씨, 아들 종보씨, 딸 종현·종란·종순씨가 있다.
빈소는 순천향대서울병원이며, 발인은 7일 오전 8시다. (02)798-1421.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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