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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그대들의 마지막 말…다시 봐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등록 2014-05-12 22:55수정 2014-05-13 01:43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비극 속의 영웅들
‘살신성인 승무원’ 박지영·정현선·김기웅씨 의사자 인정
“○○아! 내 구명조끼 얼른 네가 입어!”

“물이 차오른다. 빨리 나가. 너희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갈게!”

“누나는 너희 다 구하고 나중에 나갈게. 선원이 마지막이야.”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난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

기울어지는 세월호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깜깜한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한줄기 빛이 돼, 친구와 승객, 제자를 구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영웅’이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최덕하(17)군은 지난달 16일 오전 8시52분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 전화해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알렸다. 세월호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보낸 첫 신고보다 3분 이른 시간이었다. ‘모질고 긴 비극’의 시작을 세상에 처음으로 전한 것이다. 최군의 신고 덕에 오전 8시58분 그나마 해경 경비정이 출동했다.

해경과 해양수산부 등이 사고 선박의 위치와 위급상황을 자동으로 알리는 다양한 첨단 지능형 해상교통시스템을 갖췄으나, 정작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는 아무 도움이 안됐다. 정부의 첨단 ‘구조 시스템’이 무용지물이었을 때 열일곱 소년의 휴대전화 신고가 172명의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최군은 지난달 24일 차디찬 주검이 돼 뭍으로 돌아왔다.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묵념을 하러 영정 앞으로 걸어가는 뒤쪽으로 시민들이 보낸 추모문자가 화면에 떠 있다. 안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묵념을 하러 영정 앞으로 걸어가는 뒤쪽으로 시민들이 보낸 추모문자가 화면에 떠 있다. 안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출동한 해경 대원들이 기울어지는 세월호 선내에 진입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 노력을 하지 않은 동안 ‘교복 입은 특공대원’ 정차웅(17·단원고 2학년)군의 활약이 빛났다. 아비규환 속에서 정군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주고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전남도 201호 어업지도선은 사고 당일 10시25분께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떠내려가는 정군을 구조했다. 그러나 끝내 그의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단원고 여학생 양온유(17)·김주아(17)양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탈출할 수 있었지만, 쓰러진 캐비닛에 깔려 “살려달라”고 외치는 친구들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무심하고 거센 파도는 이 가냘픈 여고생들을 살려 보내지 않았다.

목숨보다 제자를 더 사랑했던 선생님들의 고귀한 희생은 살아있는 자들을 더욱 숙연하게 하고 있다. 비상구 앞에서 학생들을 탈출시키던 단원고 남윤철(35) 교사는 더 많은 제자를 구하려 선실 쪽으로 뛰어들었다 목숨을 잃었다. 목이 터져라 “애들아 어서 탈출해”라고 외쳤던 같은 학교 이해봉(32)·고창석(40)·최혜정(25) 교사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제자들을 지키다 돌아오지 못했다.

‘스무살 여선장’이라고 불리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22)씨.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까지 달아난 배에서 그는 의연했다. 구명조끼를 양보하며 승객 탈출을 도운 박씨는 “누난 좀 뒤에 따라갈게”라고 단원고 학생들에게 말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내에게 “아이들을 구하러 간다”고 마지막 전화를 했던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45)씨, 동료를 구하고 다시 배로 들어가 연인인 정현선(28·여·승무원)씨와 함께 승객 탈출을 도운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 씨. 이들 모두 한줄기 빛으로 사라졌지만,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았다.

보건복지부는 12일 박지영씨와 정현선씨, 김기웅씨를 의사자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들이 “혼란에 빠진 승객들을 안심시키며 구명의를 나눠주고 구조선에 오를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본인은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하는 등 의로운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의사자는 국립묘지에 안장(이장)된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박수지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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