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 지방선거
이상한 선거다. 6·4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7곳이 박빙으로 분류될 만큼 여야 대결이 팽팽했다. 그런데 주목받는 공약도, 논쟁적인 정책도, 전사회적인 참여 운동도 없다. 그 대신 세월호와 ‘박근혜’, 그리고 네거티브가 선거판을 고스란히 차지했다. 있어야 할 3가지가 없는 ‘3무’ 선거였다. 4년 전 시민단체부터 연예인까지 모두 나서 적극적인 투표 참여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무상급식과 보편적 복지라는 정책·공약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선거 초반만 해도 무상버스 등 ‘공공성’ 공약과 정책이 주목받는 듯했다. 하지만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 이어진 정부의 무능한 대응은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그 바람에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하는 공약과 정책마저 공론장에서 사라졌다. 애도 분위기 속에 투표 참여 운동도 활기가 없었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세월호가 선거의 중심에 섰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왕좌왕하던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눈물의 담화’ 이후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호소를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에서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투표로 지켜달라”며 “야당에 의해 박근혜 정부가 발목 잡힌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발전이 발목 잡히고, 국민이 볼모로 잡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김한길 대표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가만히 있으면 세월호처럼 대한민국호가 침몰할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그것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조금이라도 기리는 길이며 살아남은 자의 책무”라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비방전, 고소·고발전도 도를 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 식자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고리로 ‘농약 급식’ 공격에 집중한 데 이어 박원순 후보 부인이 유병언 세모 회장의 아들과 연루돼 있다는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까지 꺼내는 등 막판 네거티브 강도를 높였다. 박 후보 쪽은 ‘유병언 연루설’을 제기한 정 후보 쪽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과 경기에선 통합진보당 후보 사퇴를 빌미로 새누리당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를 상대로 하는 색깔론 공격이 한창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