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경호 기자 khtak@hani.co.kr
역사 왜곡 발언으로 논란이 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정면돌파’ 로 태도를 굳히면서, 야당도 공격적인 인사청문회를 다짐하고 나섰다. 문 후보자는 13일 오전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총리실에 보좌하는 분들이 많으니, 그분들이 질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적당하게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즉각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그는 12일 저녁 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자정을 넘긴 뒤에도 고려대 강의 발언에 대한 해명자료를 냈다. 문 후보자는 전날도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머물며 밤 12시까지 과거 자신의 강연 동영상과 칼럼 등을 빠짐없이 훑어보는 등 청문회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문 후보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명의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16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해온 새정치연합도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번에 야당 몫이 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장에 ‘청문회 전문 저격수’인 박지원 의원을 내정했다. 박 의원은 2009년 인사청문위원으로서 각종 폭로를 통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사퇴를 이끌어냈고, 2010년엔 민주당 원내대표로 인사청문회를 진두지휘하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등을 주저앉힌 바 있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식민사관에 입각한 반민족적 인사라는 점”이라며 “제2의 아베 총리를 뽑는 것이냐,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반드시 민족정기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퇴하거나 지명을 철회해 청문회가 안 열리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만약 그가 청문회장에 서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포악한 언어로 대해주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에 대한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전날만 해도 “본인이 해명할 기회는 줘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던 새누리당은 13일에는 역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특정 부분만 발췌해 의도적으로 편집하는 것은 위험한 주장”이라며 “그분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는 건 반의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김진태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후보사퇴를 촉구한 당 초선들을 향해 “동영상은 보지않고 언론에 쪼가리 나온 것을 보고 부화뇌동하는 건 문제”라며 “새누리당 ‘웰빙신사’들은 조금만 여론이 불리하면 꼬리 내리고 도망치기 바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 기류는 여전하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상당수는 “여론이 돌아서면 강행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당대회 주자인 이인제 의원도 <평화방송>에 나와 “국정이 장기공백 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튼튼한 국가관을 지닌 분이 가서 일을 하는 게 맞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유주현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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