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서 박래군 인권운동가에 질문
전문성 부족 주장하려는 의도에
재판장이 질타…방청객들도 야유
전문성 부족 주장하려는 의도에
재판장이 질타…방청객들도 야유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사들이 피고인 쪽 증인으로 출석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에게 영어와 법학 지식을 시험하는 식의 모욕적 질문을 던지다가 재판장에게 제지당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 심리로 열린 이 의원 등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 상임이사는 “사회에서 혐오하는 의견조차도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재훈 검사는 박 상임이사에게 “(증인이) 자유권규약에 대해 여러 내용을 설명했다”며 “자유권규약은 상당히 유명한 조약인데 영어 약자를 아느냐”고 물었다.
최 검사에 앞서 강수산나 검사도 박 상임이사에게 “내란음모, 미수, 기수 등을 구분할 수 있느냐. 살인미수, 강도미수 등 미수범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런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 쪽은 박 상임이사를 통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증언을 듣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검찰은 영문 표현이나 법률 지식을 캐물으며 증인의 ‘전문성’에 흠집을 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런 질문에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 의원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굉장히 모욕적인 질문”이라며 항의했다. 이에 최 검사는 박 상임이사가 전문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재판장은 큰 소리로 야유를 하던 방청객을 법정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내가 듣기에도 그건 모욕적인 질문이었다. 틀린 이야기를 하면 틀린 부분만 지적하면 되지 ‘당신이 뭘 아느냐’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은 잘못됐다. 증인을 무시하는 식으로 신문하는 것은 (검사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박 상임이사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대해 증언하러 법정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미제국주의라는 말을 쓰든 어떤 말을 하든 표현 하나하나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인권과 거리가 멀다. 동의하지 않거나 혐오하는 소수의 사상조차도 표현할 수 있도록 옹호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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