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사라지고 ‘방탄’만 남았다.
22일부터 시작되는 임시회를 하루 앞두고, 국회는 야당의 ‘방탄전략 ’과 검찰의 ‘기습전략’이 정면 충돌하며 쑥대밭이 됐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회를 소집한 야당에 맞서, 검찰은 이날 실시되는 영장실질심사에 의원들을 강제로 출석시키기 위해 구인장을 들고 의원회관을 뒤졌다. 현역 의원 5명 구인을 위해 검찰 수사관이 국회 의원회관을 ‘급습’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유족들과 충분한 소통을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고 막힌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색이 됐다. 유족들의 거부로 세월호 특별법은 의총 추인이 불투명해졌고, 특별법 본회의 처리도 어려워졌다. 본회의에 계류된 93건의 법안과 여야 정책위의장간에 공감대가 있었던 다른 경제 관련 법안도 발이 묶였다.
‘알찬 국정감사’를 위해 8월과 10월 두차례로 국감을 분리하려던 일정은 ‘빨간 불’이 들어왔다. 새정치연합은 20일 각 의원실에 소관 상임위 국감을 준비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8월26일부터 국감을 할지 말지 정해지지 않았다. 외교통일위원회는 22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재외공관 국감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리더십에 타격을 입으면서 향후 국회 일정 합의가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 무리하게 임시회를 소집했던 것도 수포로 돌아갔다. 19일 밤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때까지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검찰쪽에서 ‘입법로비 수사’를 앞세워 10여명에 이르는 의원들에 대한 추가수사를 통해 공안정국을 만들어가는 정황이 잡혀 이에 대한 판단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통상 영장발부 절차가 2~3일은 걸리기 때문에 ‘회기 내 불체포’ 특권을 누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의 발빠른 대응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연합의 세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으로 향해야 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방탄국회로 검찰의 체포요청안을 피할 순 있어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법의 심판을 피할 순 없다”며 “우리는 새정치연합의 방탄국회에 동조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실익도, 명분도 모두 잃은 셈이 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