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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세월호 판깨기 ‘구부러진 펜’

등록 2014-09-17 21:23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법 협상을 두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선을 그었고 외부세력까지 들먹였다. 한 세월호 유족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세월호’에 진저리 치고…”(<조선일보> 9월10일치)라는 제목의 신문 사설을 떠올렸다. 이 사설은 “‘세월호’라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는 지경”이라고 썼다. 사회적 약자인 유족보다는 최고권력자를 우선 챙기고, 세월호법 협상을 극단의 정쟁으로 규정한 한국의 언론이 대통령의 이런 인식의 배후는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보수신문들은 칼럼 등에서 세월호 유족의 수사권 요구를 ‘대통령 흔들기’로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대통령의 7시간 겨냥한 특별법인가’라는 제목의 김창균(부국장) 칼럼에서 “야권이 ‘세월호의 진실’을 부르짖는 진짜 속내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든 청와대 쪽으로 돌려 박 대통령을 흔들고 싶다는 것이다”라고 썼다. <중앙일보>의 대통령 편들기는 좀더 대담하다. 이 신문의 이철호 논설위원은 지난 15일 기명칼럼에서 ‘대통령의 7시간’은 ‘대통령의 2시간여’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의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 우선 ‘청와대의 7시간’을 물고 늘어지는 것부터 패착이다”라며 “‘전원 구조’가 아니라 ‘대형 참사’란 사실을 청와대가 처음 인지한 시점부터 대통령이 중앙대책본부에 나타난 오후 5시까지 두 시간여로 좁히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30분께 ‘대형 참사’란 사실을 청와대가 처음 인지했으니 2시간여로 좁혀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오후 2시30분까지 전원 구조로 알고 있었다는 게 상식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놀라운 일일 터인데. 어쨌든 대통령에게 힘이 되었을 주장이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대통령 발언이 나온 16일 기명칼럼에서 세월호를 아예 마패에 견줬다. “‘세월호’라는 마패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어느 법도 무시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마패를 흔들고 규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집단이라니? 이런 세월호 유족에게 대통령이 손을 내미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선과 <동아일보> 등은 17일 대통령 발언을 1면에서 크게 보도하면서 사설에서는 7시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등 비판적 의견을 달았다. 권력 비판이라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거스르면서 유족의 상처를 키우는 언론을 정론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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