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제6차 공무원연금개혁 국민포럼’이 열릴 예정이던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이 포럼에 참가하려는 안전행정부 직원을 막아서다 생수를 뿌리고 있다.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00년 법 개정때 넣었던
‘연금 보전금’ 조항 쏙 빼고
납입액 7→10%로 올려놓고
정부 부담금은 7% 그대로
재정절감도 “과대포장” 지적
‘연금 보전금’ 조항 쏙 빼고
납입액 7→10%로 올려놓고
정부 부담금은 7% 그대로
재정절감도 “과대포장” 지적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두고 ‘은폐·졸속·허위 및 과장’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 재직 기간에 정부가 실제로 쌓아야 하는 퇴직수당 충당금을 미래 정부에 떠넘기는 ‘명목 적립’ 방식의 재정 추계를 실시한 뒤, 재정 절감 효과가 큰 것처럼 과장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정부의 공무원연금 보전금 지급 의무 규정을 삭제한 채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아울러 법 개정에 따라 공무원이 매달 내는 연금 납입액은 오르는데, 정부가 내는 부담금은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대목도 논란 대상이다.
■ 정부 보전금 지급 규정 삭제 새누리당이 10월28일 국회에 낸 개정안을 보면 연금 보전금 지급을 정부의 법적 의무로 규정한 단서 조항(제69조 1항)이 빠져 있다. 재직 공무원이 매달 내는 연금 납입액과 같은 비율의 정부 부담금만으로 퇴직 공무원한테 약속한 연금액을 줄 수 없게 되면, 정부가 ‘보전금’ 명목으로 부족한 연금을 채우라는 법적 의무 규정이다. 2000년 공무원연금법 개정 때 삽입됐다. 과거 정부가 공무원 퇴직수당·사망조위금·재해부조금 등을 예산으로 부담하지 않고 공무원연금 기금에서 끌어다 쓴 데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다.
새누리당 개정안에는 해당 조항이 없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이를 두고 정부의 ‘공적연금 지급 의무 포기 선언’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6일 이한구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티에프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보전금 규정 대신) 책임 준비금을 마련하도록 규정한 만큼, 될 수 있으면 준비금을 집어넣으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해명은 공무원연금 재정 형편을 살필 때 설득력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공무원연금 기금 재정은 지금도 크게 부족해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인데, 퇴직자한테 연금을 지급하고 돈을 남겨 별도의 책임 준비금을 쌓겠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공무원연금 지급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면, 법 개정의 의도도 불분명하고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거의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6월11일 안전행정부의 제2회 공무원연금운영위원회 회의자료를 보니,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8조원 규모의 연금기금을 굴려 모두 2566억원의 운용수익을 얻었다. 정부가 책임 준비금 취지를 존중했다면 미래를 위해 적립했어야 할 돈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가운데 절반인 1283억원을 2014년도 퇴직공무원 연금을 지급하는 데 써버렸다.
■ 정부 부담금 7% 유지 논란 새누리당 개정안에 재직 공무원이 매달 내는 납입액을 기존 7%에서 10%로 올리고, 정부 부담금은 7%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도 논란을 빚는다. 공무원연금 등 모든 공적연금은 가입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게 기본원칙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개정안 본문과 신구 조문 대조표에는 오류가 있지만, 부칙에 정부 부담금을 ‘2016년 8%’ ‘2017년 9%’로 올린다는 내용이 나오는 만큼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 158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인데, 그 누구도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재정 절감 효과도 제각각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재정 절감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총 재정 절감 효과가 300조~400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인데, 연금 분야 전문가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10월30일 새누리당 토론회에 나와 실제 줄일 수 있는 재정은 147조원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 발전 티에프는 새누리당 안의 재정 절감 효과가 113조원뿐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공무원 퇴직수당 충당 부채 부담을 미래 정부로 떠넘기는 ‘명목 적립’ 방식의 재정추계를 실시한 뒤, 이를 알리지 않아 빚어진 혼란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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