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냉기류가 흐르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이가 최근 ‘화합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차기 대권과 원내대표 등 각자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안에선 연말 개각설과 맞물려 원내대표 경선전이 조기에 달아오를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원조 친박’이었지만, 2009년 원내대표 추대 문제로 김 대표가 ‘탈박(脫朴)’하면서 멀어졌다. 그러다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전후해 두 사람의 감정이 크게 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유 의원이 김 대표가 아니라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하면서 김 대표가 서운함을 크게 느꼈고, 이후 김 대표가 유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 의원도 감정이 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말 두 사람이 단둘이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그간의 앙금을 털어냈다고 한다. 김 대표가 ‘번개’ 형식으로 제안해 이뤄진 이날 만남은 식당과 찻집을 옮겨가며 두 시간 가량 이어졌다고 한다. 최근엔 김 대표가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 유 의원을 초청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동안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가 목표인 유 의원 주변에선 서로의 다음 행보를 위해서라도 관계를 회복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왔다. ‘보수혁신’을 내건 김 대표에겐 경제 민주화와 사회적 경제를 강조하면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유 의원이 필요하고, 유 의원으로선 비박근혜계의 지지 없이는 원내대표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박근혜계 대표인 김 대표가 힘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유 의원은 친박근혜계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다 지난 여름부터 소속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혀오며 원내대표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김 대표와의 관계 개선으로 이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선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새누리당 안에선 내년 5월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벌써부터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은 세 차례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바 있는데,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을 통해 대중적인 호감을 얻었고 당 안에서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이 국회에 복귀한 뒤 원내대표 경선에 재도전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새누리당에선, 이완구 원내대표가 연말에 총리로 발탁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원내대표 경선을 앞당겨 치르게 될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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