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출마의사 직간접적 밝혀
3각 경쟁 구도 수면 위로
문 대세론 확산될수록
잔뜩 경계한 비노 결집 불러
친노-비노 경쟁 가능성 잠재
3각 경쟁 구도 수면 위로
문 대세론 확산될수록
잔뜩 경계한 비노 결집 불러
친노-비노 경쟁 가능성 잠재
내년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서 대표 출마가 유력시되는 박지원·문재인·정세균 의원이 20일 일제히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선언하는 등 몸풀기에 나섰다.
그동안 언론 접촉이 활발하지 않았던 문재인 의원은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 비대위가 당을 세우는 시급한 시기이고 정기국회 중이기 때문에 생각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전대는 당의 변화와 혁신을 결의하는 기회여서 내가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또 자신에 대한 견제 성격이 높은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 “아직 대선을 말하기에 까마득한 시기고, 국민들에게도 와닿지 않는다”며 “배 바닥에 구멍이 뚫려 물이 차오르는 상황인데 당권-대권 분리 문제는 국민들 보기에 한가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당권-대권 분리론을 반박했다.
앞서 정세균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너진 당을 제대로 재건하고 수권능력이 있는 야당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당을 맡아 헌신해야 된다”며 “제가 그런 후보군 중 한 사람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헌신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대표직 도전 의지를 밝혔다. 박지원 의원 역시 라디오에서 “제가 (전대에) 나온다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은 이처럼 문-정-박 삼각경쟁이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 대표주자인 문 의원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엔 친노-비노 경쟁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될수록 당의 기본 갈등 구조인 친노-비노 프레임이 작동하며 비노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 의원이 “계파 해체 선언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2012년 총선 때 친노가 주도한 공천을 경험했던 비노 진영에선 친노가 2016년 공천권을 쥐면 자기들끼리 당을 ‘접수’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문 의원에 맞서기 위해선, 박지원·정세균 두 사람 가운데 문 의원을 견제할 인물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후보를 찾아내야 한다. 이들은 김부겸 전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을 여론에 띄워보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2년 뒤 총선에서 대구 입성이 최우선 목표인 김 전 의원은 전대 출마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내대표 곁에서도 전대 출마를 권하는 이들이 있지만, 당내에선 “좀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비노 인사 중엔 “어떻게든 안철수 전 대표를 전대에 끌어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안 의원은 오는 24일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독자적인 민생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당내 정치에 뛰어들 뜻이 없어 보인다.
한 비노 핵심 의원은 “호남 민심이 친노로부터 많이 돌아선 상태이고, 지도부 선출에 참여하는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 당원 중 문 의원은 대의원층에서 지지표가 적다”며 “문 의원이 대표가 되더라도 차점자를 큰 표 차로 이기지 못할 경우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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