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소급입법 결정 안팎
새누리, ‘최경환 보완책’으론 부족 판단
새누리, ‘최경환 보완책’으론 부족 판단
새누리당이 ‘연말정산 파동’에 대한 정부 대책이 나온 지 하루 만인 21일 긴급 당정회의를 또다시 열어 연말정산 보완책을 지난해분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연말정산 결과에 분노한 여론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당장 4월 보궐선거와 내년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에 겹친 ‘연말정산 파동’을 대형 악재로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 비선 개입 문건 파문에 이어 여론 악화를 불러온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 항명 사퇴, 전직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청와대 행정관의 이전투구 등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날인 20일 기획재정부의 긴급대책이 발표되자,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나성린 정책위수석부의장 등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당 의원들은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소급 적용’ 방침도 이 자리에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공제 항목 및 공제 수준을 조정하고 자녀 수, 노후 대비 등을 감안한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연말정산 파동 진화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에서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장관들과의 티타임에서 최 부총리에게 “(국민의) 이해가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수준에 그쳤다. 연말정산 논란은 ‘국민들에게 이해를 잘 시키고 넘어가라’는 것이 박 대통령의 뜻이었지만, 새누리당의 체감 위기는 훨씬 더 심각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21일 긴급 당정회의에서 “매일 민심과 함께 숨쉬는 정치인은 관료와 다르다”며 “당장 내년에 (우리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불만은 친박-비박 간 신경전으로까지 이어졌다. 21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최고위원이 “세목이나 세율을 늘리거나 높인 게 아니어서 증세는 아니다”라고 정부 입장을 항변하자, 김무성 대표가 “연말정산 방식 변경으로 결과적으로 정부에 93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오는 것”이라며 “‘증세냐 아니냐’를 떠나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은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곧바로 반박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새누리당이 ‘소급 적용’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공세적으로 정부안에 반기를 든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부 참모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입법권은 국회 몫”이라며 여당과 충돌을 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겹친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당청 관계의 균형추가 청와대에서 당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에 대한 보완책은 이미 정부(기획재정부)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고, 소급 적용 부분은 국회가 입법으로 결정할 문제인 만큼 청와대가 간섭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사실상 ‘연말정산 파동’의 책임과 수습을 당과 관련 부처(기재부)에 떠넘기고 스스로 뒷전으로 물러나려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김경욱 황준범 석진환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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