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세번째)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이주영 의원(맨 오른쪽)과 껴안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김무성 대표. 공동취재사진
새누리 원내대표 유승민 당선 파장
유, 예상 뛰어넘는 19표차 압승
당 ‘투톱’ 모두 ‘비박’ 차지
청와대에 적잖은 타격 예상
유, 예상 뛰어넘는 19표차 압승
당 ‘투톱’ 모두 ‘비박’ 차지
청와대에 적잖은 타격 예상
“의원들이 (계파나 ‘박심’이 아니라) 내년 총선을 선택한 결과다. 선거는 엄연한 현실이고, 의원들은 그 현실에서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데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지를 판단한 거다.”
유승민 의원이 예상을 뛰어넘는 큰 차이로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2일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경선에서 ‘당 중심성 강화를 통한 총선 승리’, ‘변화와 혁신’을 내세웠는데, 거듭되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내년 총선에 위기감을 느끼던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본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총선 전망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 전체적으로 위기감이 매우 크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려면 변화가 필요하고, 실천력도 강해야 하는데 의원들이 그런 점에서 유 원내대표를 지지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와 경쟁한 이주영 의원은 ‘여권 결속론’을 강조했는데, 이 메시지로는 의원들의 위기감을 진정시키는 데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당 중심성 강화를 주장한 유 원내대표와 달리) 이 의원은 현재 당이 처한 위기와 그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했다. 의원들이 뭘 불안해하고 그 점을 어떻게 메워줄지 아무런 답을 갖고 나오지 못한 채 네거티브에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결과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이번 경선은 계파 구도로 치러지지 않았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연이은 당내 경선 패배로 ‘투톱’(대표·원내대표) 자리를 비주류에 넘겨주게 된 데 대한 위기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이주영·홍문종 조’를 가까이서 도운 한 의원은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래도 몇 표 차이로 이긴다’고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큰 표 차로 졌다”며 “저쪽은 티케이(TK·대구경북)에서 응집력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한 중진 의원도 “팽팽하다고 봤는데 표 차가 컸다. 부동표가 30표 정도 있었는데, 오늘 후보 토론회에서 유 의원이 잘해 이 중 20표를 가져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은 ‘이주영·홍문종 조’가 친박들의 기대와 달리 맥없이 ‘비박 조’에 패했다는 것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패배로 친박은 지난해부터 치러진 ‘친박 대 비박’ 구도의 당내 경선에서 ‘전패’의 오명을 이어가게 됐다. 이미 친박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 19대 국회의장 경선, 전당대회 등에서 줄줄이 비박계 후보에게 예상 밖의 압도적인 승리를 내줬다.
친박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마저 ‘친박의 완패’로 결론났다는 평가를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친박 핵심이라는 홍문종 의원 때문에 ‘이주영-홍문종 조’가 친박 후보처럼 보였지만, 홍 의원도 친박 주류들과 출마를 상의한 적도 없고 우리가 도와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을 지낸 이 의원에게 노골적으로 박심(박 대통령의 마음)을 표현했고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청와대 치어리더론’을 내세워 뛰었다는 점에서 친박의 ‘패배 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에게 당의 ‘투톱’ 자리를 빼앗긴 친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드시 당내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하지만 뚜렷한 반전 기회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친박은 일단 박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완구 후보가 총리로 투입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용퇴하면 분위기가 좀 달라지지 않겠냐”며 “박 대통령이 2월25일 취임 2주년에 새로운 국정 프레임을 내놓으면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전면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같은 비주류로 묶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갈등을 벌일 경우 친박에도 다시 기회가 오지 않겠냐는 기대도 읽힌다. 한 의원은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세우는 각이 90도라면, 김 대표는 180도”라며 “둘 사이가 매끄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지지율이 조만간 회복될 기미가 없다면 친박이 생존을 위해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친박 의원들도 ‘당이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혜정 서보미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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