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당대회에서 떨어진 사람들도, 안철수도, 김한길도, 박영선도, 천정배도 모두 9일 아침 현충원에 와야 해!”
지난 10월2일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어온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임기 종료를 사흘 앞둔 5일 ‘고별식’을 치렀다. 문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과 오찬간담회를 이어가며 137일간의 소회를 밝혔다. 계파갈등과 리더십 부재로 당이 갈갈이 찢겨진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문 위원장은 무엇보다 ‘통합’을 강조했다. 그가 전당대회 이튿날 아침 현충원 참배에 전당대회 승패와 계파에 상관없이 모두 모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문 위원장이 오는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직접 지은 새정치연합 당가에도 “우리 모두 모두 똘똘 뭉쳐”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문 위원장은 “첫번째 비대위원장 성적은 에프(F)학점을, 이번 두번째 비대위원장엔 에이마이너스(A-)를 주겠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처음엔 비대위원장 자리가 모든 걸 다 고칠 수 있는 요술램프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이번엔 스스로 (현실에 맞는) 기대치를 갖고 실천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13%였던 당 지지율이 이젠 30%에 육박하고 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대화와 협력에 앞장섰고,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당내에서도 문 위원장 체제에서 당이 안정궤도에 들어섰다는 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당에 해를 끼치는 이는 ‘개작두’로 치겠다”고 한 공언대로, 그는 의원들의 불만이나 문제제기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회의 석상에서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계파 수장을 끌어들여 비대위를 꾸린 것도 그의 리더십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와 생각이 비슷한 ‘합리적 의회주의자’ 우윤근 원내대표와 짝을 이뤄 당을 이끌면서 여당에 야당다운 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문 위원장의 지도력은 본인이 직접 난제를 해결하기보단 당의 다른 기구에 ‘위임’하는 ‘무위의 리더십’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