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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문재인-박지원 계속 싸우면 죽는다

등록 2015-02-08 21:34수정 2015-02-09 10:0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새 대표(왼쪽)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선이 발표된 순간 박지원 후보(오른쪽)가 다가오며 내민 손을 잡고 있다. 가운데는 이인영 후보.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새 대표(왼쪽)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선이 발표된 순간 박지원 후보(오른쪽)가 다가오며 내민 손을 잡고 있다. 가운데는 이인영 후보.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의 현장칼럼 창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박지원 의원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문재인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 당선자는 단상에 남고 낙선자는 아래로 내려갔다. 박지원 의원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경선 결과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당연히 승복한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다”고 했다.

지독한 경선이었다. 8일 오후 전당대회가 끝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는 격렬한 싸움 뒤의 공허함이 긴 여운을 남겼다. 본선보다 경선이 더 치열한 것이 세상 이치다. 본선과 달리 경선에서 지면 핑계를 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너무나 대조적인 사람이다. 영남 출신이고 호남 출신이다. 본래 직업이 변호사였고, 사업가였다. 성격과 스타일도 정반대다. 한 사람은 정적이고, 다른 사람은 동적이다. 한 사람은 초식동물을, 다른 사람은 육식동물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두 사람이 각각 야권의 중요한 두 세력을 상징한다는 점일 것이다. 경력이 말해준다. 문재인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해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초대 공보수석이었고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적으로 1955년 창당한 민주당(대표최고위원 신익희)의 후신이다. 수많은 이합집산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는 거칠게 보면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이 주축이다.

‘김대중 세력’은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에서 출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랑했던 호남지역 유권자들과 수도권 호남향우회를 기반으로 한다. 맹목으로 비칠 정도의 우직함이 강점이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구태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노무현 세력’은 2002년 선거 당시 20대와 30대로 노무현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30대 후반부터 50대 전반까지의 유권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정국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을 길렀다. 싸가지가 없다고 욕먹는 사람들이 좀 있다.

공무원연금·선거구제 개편에
개헌 논쟁, 4·29 보선까지
핵폭탄급 현안 줄줄이…
반목 땐 ‘여당 영구집권’에 멍석
야당사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

두 세력의 연대는 1997년 최초의 정권교체와 2002년 노무현 돌풍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재집권으로 파이가 커지자 갈라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뒤 민주당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이른바 ‘난닝구-빽바지 논쟁’이 벌어졌다. 난닝구는 극단적인 김대중 세력, 빽바지는 극단적인 노무현 세력이었다. 두 세력은 결별했고 노무현 정부 내내 여러 차례 격돌했다. 결과는 ‘거의 모든 선거에서의 패배’였다. 두 세력은 2007년 대선에서 일패도지의 패배를 맛본 뒤 다시 손을 잡았다. 2010년 지방선거 선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2012년 총선 약진 등의 성과는 두 세력의 화해와 연대로 가능했다. 분열은 패배를, 연대는 승리를 가져다준 것이다.

지나간 일을 길게 얘기하는 것은 전당대회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이 바로 그 궤도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여야의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는 복지-증세 논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주도권을 잡기가 쉽지 않은 쟁점이다. 그 뒤로 공무원연금 개혁, 선거구제 개편 및 개헌 논쟁 등 핵폭탄급 위력을 가진 현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야당이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반목하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망한다. 두 사람도 망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은 여당의 승리도 돌아갈 것이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 영구집권의 길에 양탄자를 깔아준 죄인으로 야당사에 기록될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박지원·이인영 의원에게 격려의 박수와 함성을 부탁한 뒤 “이분들과 함께 당원 동지들과 함께 우리 당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말보다 실천이 훨씬 어려울 것이다.

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새로운 대표가 일할 수 있도록 조용히 비켜서 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어떻게든 박지원 의원과 이인영 의원의 자리와 역할을 마련하고 당을 함께 이끌어 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김대중이나 노무현처럼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이 아니다. 함께 가야 한다.

박지원 의원도 이번 패배에 완전히 승복하고 문재인 대표를 철저히 받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야 한다. 문재인 대표가 실패하면 박지원 의원의 정치적 장래도 사라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틀림없이 박지원 의원에게 그렇게 조언했을 것이다.

‘손’과 ‘눈’이 싸웠다. 누가 더 중요한 일을 하느냐가 문제였다. 화가 난 눈이 일하기를 거절했다. 음식물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날에는 손이 일을 거부했다. 음식물을 보고도 집을 수 없었다. 이틀을 굶은 뒤에야 손과 눈은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서로를 꽉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야당을 살리고 자신들도 살 수 있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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