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새 대표(왼쪽 셋째)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새로 당선된 최고위원들과 함께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식, 주승용, 문 대표, 정청래, 전병헌, 유승희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론조사 문재인 크게 앞섰지만
당원 투표, 박지원에 1.12%p 뒤져
호남 민심 끌어안기 한계 노출
새 비전 제시 못한 점도 작용
박, 네거티브 공방 되레 반감 산듯
당원 투표, 박지원에 1.12%p 뒤져
호남 민심 끌어안기 한계 노출
새 비전 제시 못한 점도 작용
박, 네거티브 공방 되레 반감 산듯
‘대세론’은 없었다. 그러나 ‘이변’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박지원 후보를 3.5%포인트의 근소한 표차로 앞선 것은, 선거운동 초반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문재인 대세론’이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박지원 후보가 기대했던 호남의 반노 결집은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지도부 선출 결과를 보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두드러진다. 새정치민주연합 경선은 대의원 현장투표(45%), 권리당원 자동응답(ARS) 전수조사(30%), 일반국민(15%), 일반당원(10%) 여론조사 합산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문 후보는 권리당원, 일반당원에서 각각 5.78%포인트, 1.12%포인트 차로 박 후보에게 뒤졌다. 반면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선 28.6%포인트 차로 크게 이기고, 지방자치단체장·지역위원장 등으로 이뤄진 대의원단 투표에서도 2.39%포인트로 소폭 이겼다. 일반국민들의 지지도는 높지만, 당 장악력은 취약하다는 얘기다.
당심을 잡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호남 민심을 끌어안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호남(전북·전남·광주)은 새정치연합 전국 권리당원 25만여명 중 57%를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친노 진영에 대한 실망감이 높았던 곳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 문 후보 캠프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권리당원에선 박 후보에게 열세를 면치 못했다. 전남의 한 중진 의원은 “문 후보가 호남에 공을 들였지만 끝내 호남은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호남 민심뿐 아니라 문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박 후보의 당권-대권 분리론을 제압할 만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문 후보는 박 후보의 집요한 공격에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차기 대선 주자에게 갖던 기대감도 깎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막판까지 밀어붙였던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피로도도 만만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의 한 대의원은 “대의원들은 네거티브 공방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2일 <제이티비시>(JTBC) 토론회 이후 박 후보의 집요한 공격에 반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동안 각종 당직·공직 선거에서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여온 새정치연합 당원들이 현재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주자인 문 후보를 내치기도 어려웠으리라는 해석도 있다. 호남의 한 비노 의원은 “문 후보가 대표를 잘할 것 같아 뽑았다기보다는, 이번에 문 후보가 안 된다면 집권 가능성 있는 인물의 정치생명을 꺾어버리게 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큰 표차로 이기지 못함으로써, 선거 막판 불거진 경선 룰 변경 논란도 말끔히 해소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당원·국민 대상 여론조사 합산 때 ‘지지자 없음’을 포함시킬 것이냐를 두고 불거진 경선 룰 논란은, 문 후보 쪽 요구대로 ‘지지자 없음’을 뺀, 유효 득표수만을 갖고 계산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로써 문 후보가 룰 변경으로 약 5%포인트 정도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경선 룰 논란이 증폭될 경우 문 후보의 리더십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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