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맨 앞)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재직할 당시 수석부대표였던 김재원 의원(왼쪽)과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 중 방청석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 총리 임명동의 대치
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대와 21년 만의 총리 임명동의 단독처리라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12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강행하려는 것은 더이상 물러서면 ‘식물정권’으로 몰락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까지 박근혜 정부 들어 네번째로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정홍원 총리가 세번의 후임자 낙마로 또다시 일을 재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이어지게 된다.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은 “총리가 임명되어야 (박 대통령이) 개각도 하고, 비서실장도 바꾸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번에는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비판하던 비박계 의원들도 이번에는 ‘임명 강행’으로 기운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여론 동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유승민 원내대표도 참 갑갑할 것”이라면서도 “당 상황과 당청 관계를 고려할 때 유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이 후보자가 총리로 취임하도록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11일 해외에 있는 의원들에게 급히 귀국하라는 연락을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본래 이 후보자에 대해 관례적인 수준의 검증을 하려고 했다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언론의 검증 보도로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문제가 터져나오자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기류로 바뀌었다. 새정치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자의 총리직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부적합’이 54%, ‘적합’이 32%, ‘모르겠다’가 14%로 나타났다. 민주정책연구원은 의원들에게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총리 3연속 낙마땐 식물정권’
비박계까지 임명강행 팔걷어
새누리, 출국 의원들에 ‘복귀령’ 새정치 지도부 등 ‘묵과 힘들다’
여론조사 ‘부적합 54-적합 32%’
보고서 거부·표결 거부 가능성 단독표결 강행땐 정치적 ‘후폭풍’
경제법안 처리 등 올스톱 불가피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12일 최고위, 의원총회를 거쳐 최종 행동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첫번째 카드는 12일 인사청문특위에서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것인데, 현재 인사청문특위는 새누리당 7명, 새정치연합 6명으로 새정치연합 의원 전원이 반대해도 새누리당 단독으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 보고서 제출과 함께 임명동의안도 본회의에 부의된다. 현재 분위기로는 여당이 12일 인사청문특위에서 단독으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곧바로 이날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야당은 표결 자체를 거부하거나,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지는 방법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임명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야당 의원 중에도 이 후보자와 학맥·지연 등으로 친분이 있는 경우엔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아예 본회의 표결을 보이콧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듯하다”고 전했다. 여당이 강행할 경우 야당이 이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킬 마땅한 방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당도 21년 만에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단독 강행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워낙 많이 불거져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단독으로 이를 처리할 경우, 자칫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이 후보자도 초반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여야가 대치하면서 정부가 2월 통과를 주문한 12개의 ‘경제활성화 법안’ 등 모든 법안 처리가 올스톱 될 가능성이 높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 은폐 의혹으로 야당이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압박 강도도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후보자는 역대 총리 후보 중에서 가장 나쁜 점들만 부각되고 있다. 여당으로선 강행하자니 국민정서에 맞지 않고, 낙마시키자니 당과 정부가 입을 상처가 너무 커 진퇴양난”이라며 “단독처리하면, 김무성-유승민 체제에도 불어닥칠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서보미 기자 edigna@hani.co.kr
비박계까지 임명강행 팔걷어
새누리, 출국 의원들에 ‘복귀령’ 새정치 지도부 등 ‘묵과 힘들다’
여론조사 ‘부적합 54-적합 32%’
보고서 거부·표결 거부 가능성 단독표결 강행땐 정치적 ‘후폭풍’
경제법안 처리 등 올스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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