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지난 11일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 때만 해도 경남만의 ‘지역 문제’에 그칠 것으로 보였지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오는 18일 이 문제로 홍 지사를 만나기로 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치적인 파장을 우려해 ‘전국적인 무상급식 중단이나 전면적인 복지 논쟁은 곤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울산시장 출신의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중단 결정에 전적으로 동감을 하고 그 결단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무상급식 중단은 높이 평가돼야 할 부분”이라며 밝힌 것과 같은 흐름이다. 홍 지사는 지난 11일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한 뒤 페이스북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다. 공부보다 급식에 매몰돼 있는 진보좌파 교육감의 편향된 포퓰리즘이 안타깝다”며 논쟁을 키웠다.
정치권 일각에선 홍 지사의 무상급식 카드를 홍 지사의 ‘대선 프로젝트’ 일환으로 연결짓는 해석도 나온다. 보편적 복지 반대론자인 홍 지사가, 최근 떠오른 ‘복지-재정-세금’ 논쟁의 허점을 노려 무상급식 문제로 전국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이다. 홍 지사는 이미 지난 1월 차기 대선 도전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13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홍 지사의 이번 무상급식 중단 선언은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왕관을 만들겠다’는 치졸한 정치적 야심이 깔려 있는 것”이라며 “보수 진영의 프로파간다(선전)를 위해 학생들을 희생시킨 뒤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려는 속셈이 담겨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우리 지지층 중엔 보편적 복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쪽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18일) 홍 지사를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논란을 키워준 측면도 있다. 문 대표 쪽은 “홍 지사는 이번 면담을 ‘정치적 승부수’로 생각하겠지만, 문 대표는 어떻게든 홍 지사를 설득해 중재안을 찾고 싶어한다”며 문 대표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문 대표의 의도와 상관없이 ‘홍 지사의 전략에 말려든 것 아니냐’, ‘문 대표가 홍 지사를 설득할 수 있느냐’는 등의 말이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홍 지사는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 전국적인 관심권에 들어가는 게 목표인데, 왜 야당 대표가 나서서 호응해줘 홍 지사의 ‘급’을 올려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트라우마’가 있는 새누리당은 홍 지사가 촉발한 무상급식 논쟁에 공식적으로 끼어들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무상급식은 세금과 복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답할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이뤄낸 뒤 당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김영우 대변인도 “무상급식 중단 문제를 당에서 꺼내면 야당과도 전면전을 벌여야 될 뿐 아니라, 우리 당 내부도 혼란스러워진다”며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하어영 기자, 성남/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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