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8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최근 정국 현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겉으로는 환영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께서 하실 말씀은 적절히 모두 잘 말씀하셨다”며 “‘유감스럽다’는 말씀과 ‘정치개혁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적절한 대목이었다”고 공감을 표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담화문은 성완종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 대해 느끼는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한 것”이라며 환영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당 내부 기류는 달랐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래도 메시지가 빨리 나온 것 같다”라는 언급이 유일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불법 정치자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깨끗하다고 알려졌지만, 측근들이 이번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줄줄이 연루됐다”며 “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영남지역 의원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사과보다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정치개혁이나 성 전 회장 사면, 공무원연금 개편 문제를 꺼내들어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현재 가장 큰 현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정치개혁이 아니라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비수도권의 한 재선의원도 “어쨌든 야당과 정면대결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사과를 먼저 하지 않고 야당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건 지금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메시지가 4·29 재보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입장이 갈렸다. 수도권 한 재선의원은 “대통령이 와병 중에 더 시간을 끌지 않고 메시지를 내놓은 건 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한 반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재선의원은 “사과를 기대한 쪽에선 오늘 대통령 메시지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으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