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0일 자신의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딸이 사위와 만나 교재를 시작하고 결혼하기로 결정한 뒤, 날짜까지 정해진 상황에서 (사위의 마약 투약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나중에 재판 끝나고(지난 2월) 출소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내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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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둘째 딸 현경(31·수원대 교수)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신라개발 이준용 회장의 아들 상균(39)씨와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김 대표는 “부모된 마음에 (딸에게) ‘이 결혼 절대 안된다, 파혼하자’고 이야기하고 설득했는데 서른 두 살 딸이 ‘아빠, 내가 한번도 속 썩인 일 없지 않느냐. 이번에 이 일에 대해 판단을 나에게 맡겨달라. 사랑하는 사람인데 내가 용서하기로 했다. 본인도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꼭 결혼하겠다고 말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자식 못 이깁니다. 사랑한다며 울며 결혼 꼭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 딸의 판단력을 믿기로 하고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고 둘째 딸 결혼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둘째 사위가 15차례 마약을 투약하고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것과 관련해 봐주기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서는 “구속되고 (풀러)나온 한 달 이후까지 내용을 전혀 몰랐다”며 “(내가) 마치 정치인이기 때문에 양형을 약하게 받도록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됐다. 요새 정치인 가족이라면 더 중형을 때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사위) 본인이 크게 뉘우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결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잘못된 일에 대해 법의 심판도 받고 형도 받고 했는데 이렇게 이름이 공개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치권은 김 대표 사위의 마약 전과 사실이 이날 <동아일보>를 통해 보도된 ‘배경’을 두고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지난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 선언으로 물러날 때 정가에 돌았던 “유승민 다음은 김무성 차례”라는 얘기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과거의 판결문이, 그것도 국정감사 첫날 보도된 데에는 뭔가 뒷배경이 있는 걸로 보인다”며 청와대나 사정라인이 ‘김무성 흔들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러나 친박근혜계의 한 인사는 “억측”이라고 잘랐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가 사위의 형량 판결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체로 더 문제 될 것은 없지 않느냐”면서도 “당 대표로서의 위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