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2hani.co.kr
문 대표쪽 “이번 주말에 재신임 투표해야”
중진 13명 회동 ‘투표 철회’ 문에 전달키로
안철수 “대통령도 아닌데 뭔 재신임투표냐”
중진 13명 회동 ‘투표 철회’ 문에 전달키로
안철수 “대통령도 아닌데 뭔 재신임투표냐”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된 이후,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투표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과 비주류의 반발이 만만치않을뿐더러, 중진들도 공개적으로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문 대표가 이를 모두 뿌리치고 재신임 투표를 강행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 대표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험 부담을 짊어지고 가고 싶지는 않은데 ‘당대표가 물러나야 한다’, ‘문재인으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하니 분란을 해소하기 위해 재신임 투표 말고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며 강행 뜻을 밝혔다. 그는 재신임을 철회하라는 비주류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신임에 대한) 반대가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그동안 나에게 그만두라고 요구해놓고 이제 와서 내려놓으니까 다시 반대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되묻고 싶다”고 불만을 표했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추석 전에 재신임 투표가 이뤄지려면 이번 주말(19~20일)에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재신임을 철회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재신임 투표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석현·문희상·유인태·박병석·우윤근·노영민·주승용 의원 등 13명은 이날 밤 긴급 회동을 열고 혁신안 통과로 문 대표에 대한 지지가 확인된 만큼 문 대표가 재신임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석현 부의장은 “재신임 투표는 분란이 잦아드는 게 아니고 오히려 분란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재신임 투표를 안 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금은 혁신보다 통합이 중요하니 문 대표는 통합에 매진하고, 그러면 우리도 통합을 위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주승용·강창일 등 비주류 의원들은 중앙위를 통과한 혁신안을 인정할 테니 대표 재신임 투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노영민·우윤근 등 친문재인 쪽 의원들은 통합을 위해선 비주류들도 더이상 문 대표를 흔들면 안 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 의원들은 18일 오전 문 대표를 만나 이런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중앙위 전날인 15일,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며 문 대표와 담판을 벌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문 대표에게 거듭 “당의 혁신을 개인 신상 문제로 만들어버렸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는 한번 결심하면 생각을 전혀 안 바꾸는 사람 같다”며 “정당 조직에서 대표 재신임 투표라는 게 있느냐. 정치적으로 돌파를 하든지, 자신 없으면 사퇴해야 한다. 대통령도 아니면서 무슨 재신임 투표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비주류가) 나가라, 나가라고 하니 재신임을 묻는다는데 자신 입으로 (비주류는) 소수라고 하지 않느냐. 그 소수를 못 견디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재신임을 접지 않는 한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주류는 문 대표가 ‘재신임’을 묻는 것 대신 통합을 위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지금 지도부의 실력으론 총선에서 이길 수 없으므로, 야권통합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비주류 의원도 “당장 천정배 의원이 오는 20일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지 않는가. 문 대표는 천정배·안철수 의원 모두에게 상처를 줬다. 문 대표가 계속 직을 유지하는 한 이들과 진정한 화합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이승준 기자 edigna@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재신임 문제에 대한 당내 세력별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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