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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김무성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 없다”…이번엔 정면돌파 하나

등록 2015-09-30 21:08수정 2015-09-30 22:2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옆얼굴 보이는 이)이 발언하는 동안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옆얼굴 보이는 이)이 발언하는 동안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청와대와 대립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와 정면충돌할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상향식 공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애초 구상했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30일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폐기 선언을 했지만,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며 ‘상향식 국민공천제’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청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머리를 숙여온 김 대표가 이번에는 정면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현실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재 불가능하다”며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린다는 취지 아래서 새로운 공천제도를 만들기 위해 당내 특별기구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의 합의를 통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거센 공격에 한발 물러서긴 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라고 상향식 국민공천제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마지막 배수진’을 치는 듯한 모양새를 내비쳤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비롯된 여권 내 갈등은 사실 공천권을 둘러싼 ‘전초전’ 격이다. 이 싸움의 핵심은 ‘전략공천’인데, 김 대표가 이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청와대와 친박계로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친위 세력 구축과 ‘비박’(비박근혜)계 견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공천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청와대 공천 영향력 차단 의지
상향식 국민공천제 고수 ‘사활’
의총서도 ‘청와대의 모욕’ 경고

개헌발언·유승민 사태 등 고비마다
청와대에 ‘고개숙이기’ 수습 전력
또 밀릴땐 ‘대권 불가론’ 거세질듯
당안팎 “청와대 지분 인정 타협할 것”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 및 당내 친박근혜계와 충돌 사례 및 결과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 및 당내 친박근혜계와 충돌 사례 및 결과

반면, 김 대표로선 상향식 국민공천제가 전면 도입되면 특정 후보를 지역구에 ‘내리꽂는’ 자의적 공천이 불가능해져 박 대통령과 친박들의 공천 개입을 배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오픈프라이머리 성사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해온 김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마치 ‘전략공천을 하려면 나를 밟고 가라’는 식의 선언을 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비판한 것을 겨냥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인신공격은 하지 말자.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와 충돌을 빚을 때마다 김 대표가 보여온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봇물’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가 반발하자, 하루 만에 “제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고, 지난해 12월에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했다가 친박들의 반대에 철회했다. 지난 6월 ‘국회법’ 파동 당시, 박 대통령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찍어내기’ 할 때도 김 대표는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며 친박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날 김 대표가 보인 모습은 ‘전략공천’마저 내줄 경우, 자신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난다는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에도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압박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결국은 청와대의 ‘공천 지분’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적절한 타협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 후반대로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당내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김 대표가 이번 정국을 정면 돌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정 지역의 전략공천을 보장하는 식으로 청와대의 공천 지분을 챙겨주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 대표로서는 이번 공천권 싸움에서 밀릴 경우, 내년 총선 이후 이어질 대선 가도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들의 세가 커질 경우 ‘김무성 대권 불가론’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김 대표가 이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란을 수습해가는 과정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싸움이 사실상 김 대표의 ‘마지막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는 “김 대표가 이번에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절대 권력에 맞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비교해 김 대표의 리더십에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지지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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