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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당·청 협공에도 굽히지 않는 정의화

등록 2015-12-15 19:35수정 2015-12-15 22:14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여야 대표, 원내대표들을 국회 의장실로 불러 선거구 획정안 협상을 중재하는 자리에서 “바티칸처럼 문을 걸어잠그더라도 결과를 냈으면 한다”고 말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여야 대표, 원내대표들을 국회 의장실로 불러 선거구 획정안 협상을 중재하는 자리에서 “바티칸처럼 문을 걸어잠그더라도 결과를 냈으면 한다”고 말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선진화법 내세워
쟁점법안 직권상정 거부 ‘소신’
“헌재 결정 따른 선거구획정과 달라”
정의화 국회의장은 15일에도 노동 5법과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 등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해달라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요구에 “그건 어렵다”고 했다. 지난 10일 대국민담화 이후 밝혀온, “선거구 획정 문제는 연말께 직권상정할 수 있어도, 나머지 쟁점법안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여당 지도부와 친박근혜계는 “자기 스타일만 신경쓴다”며 정 의장을 째려보지만 정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 의장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하는 이유는 헌법과 국회법이다. 정 의장은 “외부 법률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해본 결과,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아래에서는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개정 국회법은 직권상정 요건으로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 등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교섭단체가 합의한 경우 등 세 가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법안들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선거구 획정의 경우,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올 연말까지 재획정하지 않으면 선거구가 무효화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비상사태’에 해당된다는 게 정 의장의 판단이다.

정 의장은 지난 14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쟁점법안들에 대해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나라 경제가 확 좋아지거나, (통과 안 된다고) 나빠질 수 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조차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쟁점법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할 정도의 국가 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느냐의 법률 해석에 관해서는 정 의장 해석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날 청와대가 쟁점법안들을 직권상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초법적 행위를 하라고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여당이 직권상정의 근거로 경제위기를 강조하며 ‘비상사태’로 몰아가는 데 대해 “야당·국회 심판론으로 흔들어보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지난 1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정 의장을 향해 “직무유기다”, “의장실을 점거해야 한다”며 공격한 데 대해 매우 불쾌해했다고 한다. 정 의장 주변에서는 “정 의장이 여야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은 생각하지 않고 의장 탓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 의장이 ‘친정’인 새누리당 및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어쩌면 지난해 5월 새누리당 내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업은 황우여 의원을 물리치고 국회의장 후보에 선출됐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다. 정 의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에 대해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에 이송하는 등 의회를 대표해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했다. 지난 10월에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절차가 잘못됐다”(관훈클럽 초청토론회)고 꼬집었다. 여당 핵심부만 조금 비켜나면, 대체로 정 의장의 태도가 합리적이라는 게 중평이다.

정 의장이 친정과의 불화를 감수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의장 퇴임 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 의장이 의회민주주의 원칙과 소신을 꺾어가면서 청와대 뜻에 따라가면 대권 도전이든 다른 형태든 정 의장 개인의 미래에도 큰 오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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