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원조친박’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청와대 친박’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날 같은 장소에서 서울 서초갑 총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치열한 싸움을 예고했다.
두 사람은 출마 선언부터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조윤선 전 수석은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회견을 열어 “저는 박근혜 정부 첫 내각의 장관으로, 대통령 정무수석으로 국정의 중심에서 소임을 다했고, 당정청을 두루 거치며 한 정권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했다”며 ‘진박(진실한 친박)’ 임을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께도 할 말을 했다.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면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래 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조 전 수석은 청와대와 내각에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인물임을 강조한 반면, 원조 친박이었다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면서 멀어진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할 말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또 변호사이자 시티은행 부행장을 지낸 조 전 수석은 “금융·입법·행정·사법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자산을 서초를 위해 쏟겠다”고 했고, 경제학 박사인 이 전 최고위원은 “새누리당과 국회에 법률전문가는 차고 넘친다. 야당을 압도할 경제통이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조 전 수석은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험지(야권 강세 지역)’ 출마 요구를 감안한 듯 “서초는 지금까지 저를 키워주시고 저의 성장을 지켜봐준 곳이다. 서초는 조윤선의 뿌리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머지 거론되는 분과 저는 다르다. 저는 이 지역에서 재선 의원을 거쳤고 구민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을 마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 전 수석이 먼저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이 전 최고위원이 뒤이어 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하는 등 두사람은 시작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