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이 원유철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같은 손동작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청·친박들 특정인 행사 참석 비판
유승민 “대통령 이용 바람직 안해”
유승민 “대통령 이용 바람직 안해”
새누리당 친박근혜(친박)계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지원’에 나서면서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비박계는 ‘친박계의 물갈이 드라이브’를 경계하며 “불공정 게임”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갈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 등 새누리당 의원 16명은 21일 성명을 내, “총선을 위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현역 의원들, 특히 당직을 가진 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선거구 획정도 늦어지고 있는데 현역 의원들이 특정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대거 참석하는 것은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내 중요 직책을 가진 인사를 비롯한 현역 의원들이 경선 과정에서 철저한 중립의 위치에 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조원진 등 친박 의원들이 지난 19일 유승민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에 도전장을 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했는데 대통령과 일할 사람은 이재만”이라며 ‘유승민 고립화’를 시작한 데 대한 공개 비판이다. 성명에는 안효대·조해진·김종훈·서용교·이노근·이완영·이이재·하태경·문대성·박성호·이종훈·유의동·윤명희·이종진·심윤조 의원이 참여했다.
유승민 의원도 이날 오전 대구·경북지역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주최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특정인들을 직접 내려보낼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뜻도 아닌데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 사무총장 출신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도 “이재만이라는 분은 진실한 분”이라며 거듭 박 대통령이 이재만 전 구청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총선 예비후보들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계 의원들과 친분을 과시하고 나서면서 비박계 후보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공개 기념식에 이 지역 예비후보로 나온 최상화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동행한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다. 최 전 관장은 ‘지역인사’ 자격으로 행사에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영남 비박계 의원들은 “앞으로도 대통령이 이런 방식으로 자기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며 경계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19일엔 강원 속초·고성·양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이양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이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며 힘을 실어줬다.
한편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공천방식을 정할 당 특별위원회 위원 13명을 선정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친박계 6명(박종희·김재원·강석훈·김도읍·김태흠·박윤옥)과 비박계 6명(홍문표·권성동·이진복·홍일표·정미경·김상훈)이 선임됐다. 계파별 인원이 동수여서 향후 결선투표제나 여론조사 비율 등 공천방식 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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