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의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뒤, 승용차에 올라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야권 재편 급류
2007대선 앞두고, 2016총선 앞두고 ‘두번째 탈당’
2007대선 앞두고, 2016총선 앞두고 ‘두번째 탈당’
김한길 의원은 실제보다 얼굴이 검게 보인다. 머리카락이 하얗기 때문이다. 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김한길 의원이 섰다.
“애오라지 계파 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중략)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서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헌신하겠습니다.”
그가 내세운 탈당의 명분은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이다. 안철수, 천정배, 박주선, 박준영 등 제각각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을 하나로 묶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잘될까?
김한길 의원은 1992년 통일국민당(총재 정주영) 공천을 받아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3등(21.8%)으로 낙선한 일이 있다. 그 뒤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범에 기여했고, 그 자신도 청와대 수석, 장관,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불화가 그의 정치 행로를 비틀었다.
대선 전망이 어두워지자 김한길 의원은 2007년 2월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과 함께 집단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을 만들었다. 6월에는 박상천 대표의 민주당과 합당해 중도통합민주당을 창당했다.
창당대회에서 그는 “도도한 물결을 이뤄 마침내 한나라당을 쓸어버리는 대격랑이 되도록 사즉생의 각오로 뛰겠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을 향해서는 “대통합의 주체도 대상도 될 수 없으니 대통합을 원하면 열린우리당 틀과 노무현 프레임을 깨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 뒤 김한길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했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대선에서 500만표 차이로 참패했다. 김한길 의원의 선도탈당과 정계개편 기획도 부질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는 패배의 원인을 ‘노무현 탓’으로 돌렸다. “대선 참패 이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데에 책임을 느낀다”며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했다.
김한길 의원의 정치 노선은 9년 만에 ‘반노무현’에서 ‘반문재인’으로 바뀌었다. 그의 두번째 선도탈당과 정계개편 기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