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다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탈당했다. 지난해 9월 비리 연루 정치인은 공천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혁신안에 반발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했던 박 의원은 안철수·김한길 의원 등의 탈당 사태 등을 거치며 당을 떠날 것을 거듭 예고해왔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 잠시 당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단결하면 승리한다”며 “김대중 정신과 함께 하는 전국의 동지들을 위해 저부터 시작하겠다. 야권 통합에 의한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 절해고도에 서겠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운 ‘통합을 위한 탈당’이란 명분은, 분열된 호남의 신당들을 하나로 묶어세우기 위해선 본인이 친노 색채가 강한 더민주를 탈당해 특정 당적을 갖지 않아야 움직일 공간이 넓어진다는 논리다. 현재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은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추진위원회,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 등이 있다. 무소속으로서 이들을 통합하는 촉매제가 되겠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총선 전까지 호남 신당들이 함께하는 소통합을 이룬 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합치는 중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러나 제1야당이 지금처럼 분열된 데는 박 의원의 책임도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야권 통합에 헌신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모순적으로 들린다. 박 의원은 지난해 2·8전당대회 때 ‘친노’와 날을 세우며 호남 표를 결집시켰다. 그가 ‘문재인 대세론’을 뚫고 단지 3.5%포인트차로 패한 데는, 호남과 친노를 갈라놓는 선거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2심에서 유죄를 받고 상고심이 진행중인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도 깔끔하게 털어내지 않는다면, 운신의 폭도 좁다.
한편, 그동안 박주선 의원·박준영 전 지사·김민석 전 의원 등과 선을 긋고 있던 천정배 의원은 통합 가능성을 좀더 열어두는 쪽으로 돌아섰다. 박주선 의원은 “천 의원은 통합에 원칙적으로만 합의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미뤄왔는데 생각이 좀 달라졌다”며 “23일 만나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호남 신당들의 통합 과정엔 정동영 전 의원도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은 21일 광주에서 천 의원을 만났으며 22일엔 박주선 의원과도 통화했다. 박주선 의원은 “통합을 위해 같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전주 덕진 출마가 유력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