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각각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한구 새누리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의정활동을 부실하게 한 현역 의원을 ‘월급쟁이’ ‘양반집 도련님’에 비유하며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에 대해선 “저성과자·비인기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11일 아침 <시비에스> 라디오에서 ‘저성과자’에 대해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 그냥 월급쟁이 비슷하게 하다가 4년 내내 별로 존재감이 없던 양반집 도련님처럼 하는 사람들을 집중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뒤 브리핑에서도 입법·예산심의 활동 등이 ‘저성과자’ 판단 기준이 될 것임을 밝혔다. 앞서 공천제도특위도 상임위·본회의 출석률을 의정활동 심사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저성과자를 비롯해 “사회적 지탄을 받거나 월급만 축내거나 당의 공천을 받은 사람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로 당 정체성에 역행하는 사람) 등 상식적으로 봐도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공천부적격자’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상 공천부적격자 기준은 범죄 경력 등 명확한 요소 외에도 ‘신망이 없는 자’ ‘공직후보자로 부적합한 명백한 이유가 있는 자’ 등이 해당된다. 다소 추상적인 정의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엄밀하게 적용할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아울러 “당 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이 너무 떨어지면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추천·단수추천’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 외에도 ‘후보자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지역’엔 경선 없이 특정인을 공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영남이나 서울 강남 등에서 ‘현역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지역에선 당 지지율보다 의원 지지율이 낮은 경우가 있어 과거 ‘물갈이’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저성과자 공천 배제가 박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인사들을 공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경우가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는 사람을 보고 감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을 컷오프(공천탈락)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에는 “우스운 얘기 아니냐. 유승민 의원이 보통 사람들 판단에 저성과자인가, 비인기자인가. 상식적으로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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