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9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대표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정무수석 등 청와대 비서진은 이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해 테러방지법 처리를 요청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당·청이 불안한 한반도 정세 국면을 활용해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새누리당이 연일 ‘독극물’, ‘납치’, ‘테러’ 등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공포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가운데 19일에는 청와대 참모진이 국회로 총출동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야당을 몰아세웠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오전 국회를 찾아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전날 밤 무산된 여야 간 4+4 회동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실장은 기자들에게 “답답해서 왔다”며 국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실장은 곧바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정의화 의장을 만나 ‘대통령 관심법안’ 중에서도 테러방지법의 신속한 처리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정 의장에게 사실상 직권상정을 거듭 압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의화 의장은 “23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선거법 처리도 중요하다. (쟁점법안은) 여야 간 합의 처리가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박흥신 국회대변인이 전했다. 이병기 실장은 면담 뒤 기자들에게 “내가 직권상정 요청드리러 온 건 아니다. 법안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희망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병기 실장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대부분을 테러방지법 처리 문제에 할애했다. 김 대표가 “얘기를 들어보니까 국가정보원에 대한 불신이 문제더라”며 테러방지법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이 실장은 “나도 국정원장을 했지만 ‘정치 관여’ 네 글자는 머릿속에서 지워라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대표는 “(여당이 법안 처리를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에 자꾸 연계시키고 있는데 선거법부터 해결하면 따로 (쟁점법안)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냐”며 ‘선 쟁점법안 처리-후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고수하는 여당과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기자들에게 “(선거법 연계는) 국회에서 정해야지, 청와대가 정하느냐”고 펄쩍 뛰었다. 이 실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테러방지법을 꼭 처리해달라”는 당부를 한 뒤에야 국회를 떠났다.
김무성 대표는 오후 김종인 대표를 혼자 찾아가 테러방지법 처리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서도 “(김종인 대표와의 대화에서) ‘29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협상은 꼭 끝을 내자’는 데 다시 한번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선거법이 29일 본회의에 상정되면 이와 맞물린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도 같은 날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29일 본회의 소집에 (대표가) 공감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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