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에 맞선 야당 의원들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 반대를 위한 야3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24일에도 중단 없이 계속됐다. 정장 차림에도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올라간 의원들은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목이 잠기더라도 입술만 물로 축였다. 이들은 낮고 느릿한 목소리로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장 안팎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테러방지법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비판하며 여론전으로 응수했다.
새벽 0시39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이 “경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5시간33분의 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자 30여명의 더민주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저녁도 못 먹은 김 의원은 바나나 한 개를 먹고 화장실로 향했다.
‘2번 타자’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새벽 2시29분까지 1시간49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내용을 보면 얼마든지 여야가 수정하고 합의할 수 있다. 직권상정에 이르게 된 것은 거대 여야 양당이 싸움만 하는 게 큰 원인”이라고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새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발언 내내 다리와 허리를 굽히는 등 스트레칭을 이어가면서도 10시간18분 동안 단상을 지켰다.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15분의 필리버스터 발언 기록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그는 ‘내가 이 단상에 있는 한 체포를 못 한다’는 제목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발언 자료를 인용하거나, 중간중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시민들의 글을 전하기도 했다.
김광진 5시간33분 발언 시작으로
문병호·은수미 연설 이어가
박원석은 책 5권 들고 9시간29분
밤10시 넘어 유승희에 마이크 넘겨
새누리당 비상 당번조 투입
목청 높이고 삿대질하며 방해
“숨 오래참기 놀이장인가” 막말도 파란색 운동화를 신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낮 12시49분에 <간첩의 탄생> <조작된 공포> <미국을 뒤흔든 판결 31> 등 테러와 국가정보기관을 다룬 책 5권과 논문자료 등을 들고 단상에 올라갔다. 그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국가정보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테러방지법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밤 10시18분 유승희 더민주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9시간29분간의 연설을 마쳤다. ‘필리버스터 장기전’을 예상한 새누리당은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4명씩 짜인 ‘비상 당번 조’만 3시간씩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켰다. 이날 오전 11시26분 은수미 의원이 과거 유성기업 폭력진압 사태를 언급했을 때,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의장님, 안건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아닙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런다고 (은 의원이) 공천 못 받아요”라고 목청을 높였고 삿대질도 했다. 은 의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저녁 7시30분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언급하는 박원석 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그게 테러방지법이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이석현 부의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오후에 정의화 의장을 만난 뒤 원내대표단-국회 정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광우병 생각이 난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선전, 선동하는 게 보여 왠지 씁쓸하다”(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국회가 무슨 숨 오래 참기 놀이장인가”(김용남 원내대변인) “테러방지법에 대한 테러 행위다”(이철우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정의화 의장과 정갑윤(새누리당), 이석현(더민주) 부의장 등 의장단 3인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난 23일 저녁부터 근무표를 짜서 한시간반~두시간씩 돌아가며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지켰다. 이승준 서보미 기자 gamja@hani.co.kr
문병호·은수미 연설 이어가
박원석은 책 5권 들고 9시간29분
밤10시 넘어 유승희에 마이크 넘겨
새누리당 비상 당번조 투입
목청 높이고 삿대질하며 방해
“숨 오래참기 놀이장인가” 막말도 파란색 운동화를 신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낮 12시49분에 <간첩의 탄생> <조작된 공포> <미국을 뒤흔든 판결 31> 등 테러와 국가정보기관을 다룬 책 5권과 논문자료 등을 들고 단상에 올라갔다. 그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국가정보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테러방지법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밤 10시18분 유승희 더민주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9시간29분간의 연설을 마쳤다. ‘필리버스터 장기전’을 예상한 새누리당은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4명씩 짜인 ‘비상 당번 조’만 3시간씩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켰다. 이날 오전 11시26분 은수미 의원이 과거 유성기업 폭력진압 사태를 언급했을 때,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의장님, 안건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아닙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런다고 (은 의원이) 공천 못 받아요”라고 목청을 높였고 삿대질도 했다. 은 의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저녁 7시30분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언급하는 박원석 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그게 테러방지법이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이석현 부의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오후에 정의화 의장을 만난 뒤 원내대표단-국회 정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광우병 생각이 난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선전, 선동하는 게 보여 왠지 씁쓸하다”(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국회가 무슨 숨 오래 참기 놀이장인가”(김용남 원내대변인) “테러방지법에 대한 테러 행위다”(이철우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정의화 의장과 정갑윤(새누리당), 이석현(더민주) 부의장 등 의장단 3인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난 23일 저녁부터 근무표를 짜서 한시간반~두시간씩 돌아가며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지켰다. 이승준 서보미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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