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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원석의 필리버스터, 9시간28분에 멈춘 이유

등록 2016-02-25 16:42수정 2016-02-25 18:11

박원석 정의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24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심상정 의원(왼쪽 둘째) 등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석 정의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24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심상정 의원(왼쪽 둘째) 등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진선미 의원 “더 할 수 있었겠지만 ‘은수미 투혼’ 기리려는 뜻일 것”
박원석 의원 “이제 응원을 넘어 대테러금지법 저지에 힘을 모아달라”
9시간 28분.

24일 테러방지법안에 반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내려온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조금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의석수 5명의 정의당도 테러방지법안에 반대하는 절실함은 똑같았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은 “(무제한 토론을) 얼마나 했는지 재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좀 더 있었는데 다 못했다”며 “저까지 네 명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했는데, 어차피 테러방지법 쟁점은 정해져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더 할 수 있으니 체력도 안 되는데 욕심 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단상을 내려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바로가기)에 “(박원석 의원이) 더 할 수 있었지만 은수미 의원님의 기록으로 남겨놓겠다며.. 마무리하신 거라네요”라며 “이후 (토론) 주자들도 괜히 이상해질까봐 그렇다구요”라는 글을 올려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10시간 18분 연설한 은 의원의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 박 의원이 토론을 9시간 28분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바로가기 )에 진 의원의 글을 소개하며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우기 경쟁을 했던 것이 아닙니다.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이 부여한 자기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라며 “이제 저에 대한 응원을 넘어 ‘대테러금지법’ 저지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의원이기 앞서 참 신사이시군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박 의원의 마음이 국민들의 마음입니다. 멀리 있지만 응원합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등의 격려 댓글을 남겼다.

무제한 토론의 네 번째 주자였던 박 의원은 24일 새벽 2시30분부터 토론을 마친 24일 오후 10시18분까지 19시간여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 머물렀다. 박 의원은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대기하는 것이었다”며 “내 앞 주자가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면 미리 본회의장에 와 대기하라고 하더라, 내 앞이 은수미 의원이 아니었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의당 의원 중 처음 무제한 토론에 나선 박 의원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때문에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의회정치 내지는 토론을 통한 정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이 제도(필리버스터)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여당은 우리가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제한 토론을 두고 다수당이 소수당보고 악용하고 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의원은 무제한 토론 중에 “북한 핵실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왜 이번에만 국가비상사태로 가공해 조작된 공포 상황 인식으로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발언 도중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댓글 의혹 사건처럼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정치를 펴고 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당시 본회의장에 있던 조 원내수석은 단상 앞까지 나와 “그게 테러방지법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국정원을 얘기하는 것으로 의제와 상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과거를 바탕으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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