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패권정치·낡은진보 청산” 국민의당에 통합 거듭 압박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프리마에서 열린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중앙회) 정기총회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경호 기자 [e-mail]

탈당한 의원들 향해 ‘복귀’ 메시지
“당의 주인은 당원” 안철수엔 쓴소리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일 ‘당내 패권정치 청산’을 공언하며 국민의당에 야권통합 제안에 응하라고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패권정치 청산’은 통합에 우호적인 국민의당 의원들이 김 대표의 통합 제안 직후 제시한 통합의 전제조건이다. 지난 2일 전격적인 통합 제안으로 국민의당을 자중지란에 빠뜨린 김 대표가 안철수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사수파가 채 전열을 정비하기 전 ‘2차 공세’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당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당에 들어온 뒤) 패권정치를 씻어내려 계속 노력했고, 앞으로도 패권정치가 당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야권이 단합을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당을 나간 의원들을 향한 사실상의 ‘복당 종용’ 메시지에 가깝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탈당 전 요구했던 ‘낡은 진보 청산’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그동안 (당이) 지나치게 현실성 없는 진보를 내걸고 그것이 마치 절대적 가치인 양 생각해서 (문제가 됐다면) 현실성 없는 진보정책이라는 것도 이 당에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 개인에 대해서는 “당의 주인은 당원이지 대표가 아니다. 당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당 내부의 ‘안철수 사당화’ 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분열된 야권 지지층을 겨냥해선 “야권이 단합해 여소야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통합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을 분열시키면 여당 승리로 갈 수밖에 없는데,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그렇게 해도 좋겠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창당 명분이었던 ‘양당구도 타파를 통한 정치질서 재편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의 이런 발언을 두고 야권통합에 우호적인 국민의당 관계자는 “의미있는 메시지다. 아프지만 제3정당 실험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자노선을 고집하다)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야권 내부에선 ‘안철수 고립’을 의도한 듯한 김종인 대표의 거침없는 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의원이 하락세지만 여전히 야권 대선후보로 한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야권 승리를 위해선) 안철수 지지자의 마음도 존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통합에 우호적인 한 탈당파 의원도 “안철수가 빠진 통합은 또다른 분란의 씨앗이다. 김 대표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다”고 우려했다.

이날 저녁 서울 청담동 호남향우회중앙회 정기총회장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오랜만이다”(안 대표), “반갑다”(김 대표)라는 의례적 인사만 나눈 뒤 멀찍이 떨어져 앉아 1시간여 행사를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이세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