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뒷줄 왼쪽 둘째)가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한 뒤 당선자들의 분향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4·13 총선 이후 야권 주도권 경쟁
안, 총선뒤 첫 광주 방문
“국민의당이야말로 전국 정당
국회 주도세력 될 것” 자신감
김종인도 이번주 광주행
“호남이 원하는 건 정권교체
더민주 노력하면 민심 돌아와”
안, 총선뒤 첫 광주 방문
“국민의당이야말로 전국 정당
국회 주도세력 될 것” 자신감
김종인도 이번주 광주행
“호남이 원하는 건 정권교체
더민주 노력하면 민심 돌아와”
“호남 선거 결과는 선물이 아니라 숙제다. 국민의당을 정권교체의 도구로 선택한 (호남의) 뜻을 잘 안다.”(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호남인들도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자신들이 지지한 정당이) 지역당이 된 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거다.”(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승자는 자세를 낮췄고, 패자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17일 호남 민심에 대한 두 야당 대표의 발언은 큰 틀에서 일치했다. 호남이 국민의당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몰아줬지만, 이번에 드러난 결과로 미래를 예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날 당 지도부, 당선자들과 함께 광주를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일성은 “정권교체의 큰 그릇이 되겠다”였다. 국민의당을 ‘호남 제1당’으로 만들어준 지역 민심을 ‘안철수 정당에 대한 전면적 지지’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연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에도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층이 많은데, 박근혜 정권에 실망하면서도 ‘2번은 죽어도 안 찍겠다’는 분이 계신다. 우리가 그분들을 담을 그릇이 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노선과 정책에 ‘선택적 지지’를 보내는 합리·개혁 보수층을 견인해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정당투표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가 지난 19대 총선에 견줘 10%포인트나 내려가지 않았나. 유권자들은 ‘수학’을 하고 있는데, (야권통합론자들은) 이쪽 표 저쪽 표 합하는 산수만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호남 자민련’ 시비에 대해선 단호했다. 그는 “민심이 반영되는 정당투표에선 우리가 (더민주를 제치고) 제1야당이 되지 않았느냐”며 “국민의당이야말로 전국적으로 모든 계층에서 지지를 받는 전국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 과정에서 서울·인천·경기와 대구·경북에서도 정당투표 득표율에서 더민주를 앞선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우리는 캐스팅보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국회 운영을 주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2당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거나 ‘사후 중재’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쟁점 사안과 관련해 자신들이 선도적으로 양당이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제시해 국회 운영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김종인 더민주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남에서 많이 졌다”고 참패를 시인하면서도 “호남인들도 지역당이 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테니,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호남을 다시 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폈다.
김 대표는 호남 참패의 정치적 양면성도 언급했다. 그는 “원래 더민주의 정치적 뿌리는 호남이었지만, 선거 결과 (수도권 압승과 영남 선전으로) 더민주는 지역당을 극복했다”며 “다만 그것만으로 집권이 힘드니 영남·호남으로 당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광주를 세 번 다녀오고서 희망이 없다는 것을 느꼈고, 이후 수도권에만 집중했다”며 수도권 압승이 자신의 선거 전략의 성과라는 점을 넌지시 강조하기도 했다. 호남 참패 이유로 당 안팎에서 ‘북한 궤멸론’ ‘햇볕정책 수정론’을 꼽는 것과 관련해선 “그런 얘기를 하면 (유권자들은) 당이 옛날 생각만 한다고 볼 것이고, 확장성을 가질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다음주쯤 호남에 낙선 인사를 갈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더민주는 18일 출범할 ‘2기 비대위’에 이춘석 의원과 김영춘 당선자를 추가로 인선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두 분이 각각 호남과 부산 출신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종인 체제’의 2기 비대위는 김 대표와, 지난 15일 임명된 6명의 비대위원을 포함해 모두 9인 체제로 운영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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