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의원은 4·13 총선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6선에 올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13 총선 이후 6선 정세균 당선자 인터뷰
“유권자들이 오만한 새누리와
부족한 더민주에 철퇴 내린 것”
“더민주 지도자들 지금부터라도
대권전략 아닌 집권전략 짜야”
“시대가 변하면 리더쉽 달라져야
정치적 진로는 오래 끌지 않을 것”
당내 ‘호남특위’ 등 설치 제의
‘국민 눈높이’ 맞는 성과 주문
“유권자들이 오만한 새누리와
부족한 더민주에 철퇴 내린 것”
“더민주 지도자들 지금부터라도
대권전략 아닌 집권전략 짜야”
“시대가 변하면 리더쉽 달라져야
정치적 진로는 오래 끌지 않을 것”
당내 ‘호남특위’ 등 설치 제의
‘국민 눈높이’ 맞는 성과 주문
“호남은 우리 당의 무능을 심판했다. 대권전략에 몰두해 집권전략을 갖지 못한 지도자들 책임이 크다.”
특유의 ‘의뭉스러움’은 여전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 오세훈 후보를 꺾고 6선에 성공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0분 인터뷰 내내 ‘모범 답안’ 같은 말만 내놨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강조했지만, ‘부자 몸조심한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었다. 다만 ‘호남 참패’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했다. ‘대권전략에 몰두한 지도자 책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3당체제에서 제1당이 된 더민주를 향해서는 “선명성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여소야대 국회의 제1당에겐 ‘국민 눈높이’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의원과의 인터뷰는 18일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선 불리하게 나왔는데 큰 격차로 이겼다.
“여론조사에 문제가 많다. 어떤 조사에선 17%포인트차로 뒤졌는데, 뚜껑을 여니 13%포인트차로 이겼다. 30% 격차를 며칠 사이에 뒤집는 선거는 없다. 정치가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된 거다. 여론조사 당내경선도 마찬가지다.”
-호남에서 참패하고도, 수도권 압승으로 제1당이 됐다.
“누구의 승리도 아니다. 유권자들이 오만한 새누리당과 부족한 더불어민주당에 철퇴를 내린 거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제대로 챙기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호남 참패를 두고 ‘김종인 책임론’ 대 ‘문재인 책임론’이 맞선다.
“그렇게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 우리 당에 쌓인 오랜 불만과 서운함의 표출이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다. 핵심은 우리 당의 그 누구도 호남인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 서운함·불만이 어디서 비롯됐다고 보나.
“무능이다. 민생을 제대로 못 챙겼고, 정권교체는커녕 선거에서 지기만 했다. 대권전략에 몰두해 집권전략을 갖지 못한 지도자들 책임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대권전략이 아닌 집권전략을 짜야 한다.”
-현실에서 대권전략·집권전략이 쉽게 구분되는 건 아니잖나.
“집권을 말하면서도 특정 개인이 대통령 되려는 데 치중하는 게 대권전략이다.”
-호남 민심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집권전략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눈치보지 말고 당내 호남특위 같은 특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호남인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특위를 이끌면서 책임지고 소통하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더민주의 수도권 압승에는 국민의당의 새누리당 지지층을 잠식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에 ‘3번’ 찍은 사람들 중엔 ‘2번’ 지지자들이 많다. 더민주에 불만과 아쉬움이 큰 분들이 사표를 막기 위해 지역구는 2번 찍으면서, 정당투표에선 더민주에 경고하려고 3번을 찍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여당 지지층이 지역구는 새누리당 찍고 비례는 국민의당 찍은 경우도 있다. 국민의당이 정당투표에서 어부지리를 누렸다고 본다.”
-야권연대 없이도 야당이 승리한 총선 결과 두고 ‘야권연대’의 효력이 다 했다는 진단도 있다.
“연대를 했으면 결과가 더 나았을 거다. 어차피 새누리당의 오만과 무능에 대한 심판 선거였다. 야당이 못 이겼으면 정말 무능한 거다.”
-‘3당 체제’가 열렸다. ‘양당 체제’ 때와 제1야당의 리더십, 원내 전략도 달라져야 하지 않나.
“정당이나 정치인 중심의 전략이 아니라. ‘국민 중심’ 전략을 짜야 한다. 원내전략도 그렇고, 정당 운영도 그렇다. 국민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먼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안 그러면 국민이 외면한다.”
-당장 ‘선명야당’이냐 ‘실용야당’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텐데.
“선명성 얘기할 때가 아니다. 내가 당대표를 하던 18대 국회는 ‘여대야소’였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야당은 잘 싸우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소야대’다. 야권이 성과를 못 내면 곤란하다. 힘이 커진만큼 책임도 무거워진 거다. 높은 책임의식을 갖고 민생·경제·민주주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금방 소수당으로 전락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게 핵심이다.”
-국민의당과 선거를 치르면서 감정적 앙금도 많이 쌓였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가? 나는 선거운동 기간 국민의당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다. 연대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국민의당도 구성원들의 디엔에이(DNA)가 우리와 가깝지 않나. 게다가 호남이 주요 기반인데, 호남의 가치로부터 이탈하기 쉽지 않다. 잘 협력하면서 경쟁하면 된다.”
-호남 선거에 정치적 거취를 연계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분이 알아서 할 일이다.”
-6월 전당대회에서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야 하나?
“힘을 모을 수 있는 지도부가 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와 가까운 무소속도 복당시키고. 노선이 달라 갈라선 것도 아니잖나. 대통합으로 가는 길을 닦아나가야 한다. 계파끼리 갈려 싸우는 문화도 확 바꾸고 정권교체 할 수 있는 수권능력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대선에선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
“거기 연연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당이 ‘연대·통합 없다’고 공공연히 표방하는데, 그걸 무시하고 전략을 짰다가는 자칫 선거 직전 큰코 다친다. 지금의 ‘3자구도’에서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김종인 합의추대론’이 나온다.
“지금은 지도자들이 ‘내가 무엇을 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집권할 거냐’는 기준에 따라 처신해야 한다.”
-2기 비대위원과 정무직 당직인선은 어떻게 보나.
“당직이야 돌아가면서 하는 건데, 누가 잠깐 하면 어떤가. 작은 걸 갖고서 이러쿵저러쿵할 때가 아니다.”
-‘김종인 친정체제’란 진단도 있다.
“친정체제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이번 당선으로 다양한 선택지가 열렸다. 국회의장, 당권, 대선도전. 어디에 끌리나?
“대한민국이 굉장히 위기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우선이지, 자리가 무엇이냐는 그다음 문제다. 진심으로 그런 기준을 갖고 고심하고 있다. 좀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어디에 소용되는 사람인지 드러나지 않겠나.”
-당 대표는 이미 여러번 하지 않았나. 평가도 우호적이었다.
“당 대표만 잘 한 게 아니라, 장관, 원내대표, 월급쟁이도 다 잘했다.”
-대통령만 안 해봤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하. 그런가.”
-정치인으로 합리적이고 안정감이 있는데, 대중을 열광시키고 지지자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동의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요구하는 리더십의 스타일도 달라진다. 국민의 입맛도 달라지니까.”
-정치적 진로는 언제쯤 결단할 건가?
“이제 겨우 당선 인사 끝냈다. 오래 끌지 않고 판단할 거다.”
-4월 안에 밝힐 건가?
“스스로 발목잡는 발언을 왜 하나? 정치인은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 얘기하는 건가?
“하하하.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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